[용인신문] 두 개의 인생이 있다. 하나는 “네가 아는 인생”, 다른 하나는 “오래전부터 너를 기다리고 있는 인생”(55쪽). 선택은 어느 쪽이어야 할까? 앨리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난 점쟁이의 말에 자신의 앞집에 사는 화가 달드리와 무작정 튀르키예로 떠난다. “진실? 맙소사, 미래는 대리석에 새겨져 있는게 아냐. 너의 미래는 너의 선택으로 이뤄지는 거니까.”(55쪽) 떠나는 것을 망설이는 앨리스에게 점술사가 하는 말은 작가가 독자에게 직접 하는 말이나 다름 없다.
소설의 배경은 1950년대, 비행기 여행보다는 기차여행이 더 익숙한 시대이다. 소식은 전보나 편지로 전하던 때에 공간과 시간이 어긋난 편지도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든다. 점술사의 말을 듣고 여행을 떠나는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는 인물이 기억하는 냄새, 거듭되는 악몽, 기시감, 붙이지 않는 편지 같은 이야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작품 초반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작품은 앨리스가 만나야 할 여섯 인물을 헤아리며 그 끝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예측해 보는 것도 소설을 읽는 재미이다. 조향사 앨리스는 전쟁 중 눈앞에서 부모를 잃었고 지독한 고독 속에서 현실을 살아내며 예언보다는 우연을 믿는 편이다. 앨리스의 곁을 지키는 달드리는 교차로를 그리는 화가로 이웃의 소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아파트에서 앨리스의 동정을 파악하고 이것저것 도움을 준다. 가이드 칸을 따라가는 튀르키예 여행은 이상하고 은밀하다.
소설을 읽다보면 죽음을 무릅쓰고 먹구름을 향해 기수를 틀었던 비행사 아드리엔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