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가리, 직지심경
김은순
미호천 쏘가리 힘차게 물결 가르면
봄이, 온 거다
그 물결소리 흥덕사 앞마당
연못까지 흘러 직지를 짓는다
양병산 정자나무는 제 그늘로
연못을 파고 있었던 게다
정자나무 뿌리는 저 미호천 깊은 곳까지
연결된 수로이자 산소 구멍이다
물고기도 가끔씩 흙의 제 기원을 찾고자
경계 넘어 흥덕사의 기억을 더듬으며
알아볼 수 없는 필체로 책을 엮는다
알알이 차오르는 자음과 모음을 찍어 본다
쏘가리는 무슨 글자를 자꾸 쓰면서 헤엄쳐 온다
몸에서 빠져나간 쏘가리 알들이
“백운화상 초록불조 직지심체요절”을 봉독하며
직지상권 토하는 날까지 끊임없이 불공을 드린다
지느러미 후다닥후다닥 물방울 올 엮듯이
흥덕사 그늘 연못에 금속활자 금형을 뜨고 있다
약력
대전광역시출생
제6회 남구만 신인문학상 당선
경북일보 문학대전 대상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