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내는 『채록; 채소를 기록하다』는 20년간 농사를 지은 어느 농부의 기록이다. 시설재배를 하는 농부들의 쉴 틈 없는 노동이, 농부 뿐 아니라 농업경영의 모습과 어려움이, 그럼에도 그 길에서 연대의 모색을 하는 이들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에세이다.
필자는 20년째 농부를 하고 있으며 비닐하우스 농사는 10년째이다. 하우스에서 주로 짓는 농사는 오이. 그래서 에세이의 대부분은 오이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작가 자신의 자전적 성격이다. 1부는 필자는 자신의 글이 농부로서 자신의 정체성 찾기라고 말하듯이 농부의 아내가 아닌 농부 되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주된 이야기이다. 아이를 핑계 삼아 도심에 집을 구했지만 결국 농사를 짓게 된 과정,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명제를 다시 확인하기까지의 농사, 그리고 새로운 비전, 가족 등을 소개한다. 2부는 농사일 속에서 배우는 사회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직원이나 이웃, 고객, 거래처 등과 벌어지는 사건과 생각들을 적었다. 3부는 해결해야 될 문제들 속에서도 애착을 갖는 필자의 분투를 적고 있다. 필자는 혼자가 아니다. 가족과 친구, 그를 알아보는 고객이 있다.
아마도 이 에세이를 읽는 독자라면 장터에 놓은 채소를 다시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한다. 못생겨도 구부러져도 곧고 길쭉한 오이도 그만큼 성장하느라 애썼다는 걸, 그리고 이들이 자라기까지 수만 번 농부의 보살핌을 받았다는 걸 기억하리라. 무엇보다 작은 씨앗이 자라 나를 배불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수고로움이 보태어졌는지 실감하고 감사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