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창을 내고
이정훈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것들이 모두 시가 되어 날아간다면
바람에 날리는 씨앗은 굳은 언약이 되어
구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별이 되건만
침묵하던 겨울이 내리는 눈은
축복이었을까 이별의 유예였을까
박은 대롱대롱 늘어서 차갑고 하얀 눈을 맞는데
아름답던 그이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 입술에 달빛은 닿아 있을까
속삭이던 강물은 바다의 노정(路程)에 머리를 풀어헤쳤다
우리의 사랑은 불안스러이 자라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훨훨 시가 되어 날아간다면
푸른 하늘의 끝에
거울같이 웃고 있는 내가 있다면
껍질을 벗어던지고 나는
우주에 창을 내어
달빛이 환하도록
입맞춤하고 싶다.
약력
2012 서정문학 신인상
2018 수원문학인상
2023 첫시집 <다정했던 들판에 빈집이 묻혀있네>
look4on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