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은 계단을
배우식
두리번거린다 충동이
발을 꺼내들고 도발한다 산을 열고 소리 없는 소리가 자라나는 것을 본다 사슴의 그림자가
닫힌 창 너머로 발견된다
호숫가에 앉은 말에서 달빛이 돋아난다 활보하는
문장들이
공중을 통과하고 있다 이름 모를
계단은 계단을 밟지 않는다 실종된 이동을 꺼내는 계단은
앙상한 가지들의
계단도 있지 온통 질주하는
목소리가 감정을 두드린다 처음 본 감정이 사람을 장식한다 멀리서 찾아온 나무는
귀를 막고 가구로 서 있다 새로운 책상에서는 풀이 자란다 서랍에서 나온
사람들이 지나간다
새가 날갯짓 소리를 벽에 걸어두고 떠나간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발은 발을 잊어버리고 구름 위를 산책한다 적막이 팽창함으로 적막이 가득하다 뜯어보지도 않은
동굴은 가만히 해체되고
[약력]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외 다수.
시 「북어」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