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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자공이 평생을 부끄러워했다는데

 

[용인신문] 철환주유중 공자일행이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곤액을 당해 일주일 조금 넘게 음식을 먹지 못해 아사직전에 이른 경우가 있었다.

 

공자의 재정을 맡아보던 자공이 비상금을 털어 자로로 하여금 쌀을 구해오니 안회가 밥을 짓는데 뜸을 들이던 중 상태를 보고자하여 뚜껑을 여니 김이 훅 올라와 천장에 붙은 끄름이 떨어진다. 당황한 안회는 밥주걱으로 끄름 닿은 부분을 퍼내어 끄름만을 떼어내고 밥주걱에 붙은 나머지 부분을 먹으니 멀리서 밥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자공이 이를 보고는 안회가 먼저 밥을 훔쳐먹는다 생각하고는 괘씸히 여겨 스승 공자께 따지듯 묻는다.

 

평소 공자는 안회를 절개가 굳은 청렴한 제자라 칭찬했던 탓이다. 자공 왈 “어질고 청렴한 선비도 배고프면 절개를 바꿉니까?” 공자는 답한다. “그 정도라면 어진 것도 아니고 청렴은 커녕 선비도 아니지” 자공이 또 묻는다. “그렇다면 안회 같은 사람은 배고프다고 해서 절개를 바꿀까요?” 이에 공자는 말한다. “안회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러자 자공은 좀전에 본 안회가 밥 훔쳐먹은 일을 말한다.

 

공자는 그랬다면 거기엔 그만한 일이 있었으리라라며 안회를 불러 에둘러 묻는다. “안회야. 혹시 밥이 다 됐으면 먼저 조상님께 제사밥을 올리고 밥을 먹도록 하자꾸나”하니 안회가 “선생님 죄송합니다.”라며 좀전에 있었던 끄름 얘기를 하며 “끄름이 밥 위에 떨어져 그대로 두자니 밥을 버려야할 것 같고 밥을 버리자니 애써 구해온 곡식이 아깝고 그래서 제가 주걱으로 그 부분을 떼어내어 주걱에 붙은 밥 알갱이를 먼저 먹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밥으로는 제사를 모실수 없으니 다시 짓겠습는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 지경에 이르렀다면 나도 너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옆에서 이 얘기를 듣고 있던 자공은 이때의 일로 자신의 수양의 깊이가 얕음을 죽는 날까지 부끄러워했다 전한다. 혹자는 누군가의 집안을 쑥밭으로 만들어놓고도 떵떵거리며 사는 세상인데 뭐 이깐 일로 하겠지만 맹자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면 사람이 아니다. 듣기에 따라서 꽤 패롭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일견은 맞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 시대에 부끄러움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