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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소양리 북스 키친에 가면

 

 

[용인신문] 기억은 사실보다는 감정이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는 어느 심리학자의 말이 있다.

 

『책들의 부엌』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힘든 감정들이 기억을 지배한다. 하지만 배경이 되는 소양리 북스 키친을 방문하고 나서는 그 기억을 생을 위한 따뜻한 에너지로 대체하고 떠날 수 있게 된다.

 

배경이 되는 소양리는 마이산이 보이는 어느 시골이다. 그곳에 식당을 차린 사장과 스테프그리고 방문자들은 하나같이 저마다의 사연으로 생의 방향과 목적을 잃은 상황이었다. 어쩌면 이야기의 결말은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결말을 향해 가고 있어서 특별할 것 없는 작품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가랑비와 같다. 어느 새 다인의 공허감에 공감하게 되고 마리의 거짓말을 이해하게 된다. 독자는 등장인물의 옆에 있는 스테프가 되는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스테프가 되어 마치 바느질을 하듯 한땀 한땀 생각을 살피고 마음을 살피고 다음 걸음을 걷게 할지도 모른다.

 

눈앞에 북스 키친 통유리 바깥에 매화가 보이고 밤늦게까지 담소를 하는 방문객들의 웃음소리가 채워지고 빗소리가 눈 앞에 펼쳐질지도 모른다. 북스 키친에서 나누는 1년 동안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휴식과 추억을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들게 한다.

 

용인에는 카페가 제법 많다. 책 한 권 들고 방문할 만한 조용한 장소도 꽤 있다. 심지어 북스 키친과 거의 유사한 공간도 있다. 『책들의 부엌』을 읽고 그곳에 등장하는 인물이 되어 용인에 있는 공간을 찾아가 책 한 권 사는 여유를 가져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