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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미스 함무라비를 쓴 판사의 사적이지만 공적인 이야기

 

 

[용인신문] 2020년 판사 문유석은 법복을 벗었다. 변호사가 됐다면 지금보다 더 안정된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를 그의 미래. 하지만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마음껏 여행하며 에세이를 쓰던 것을 부러워했기에 두 번째 인생으로 작가의 길을 택했다. 재직 당시에도(2014년 8월) 세월호 관련 기고문을 발표했다가 직장에서 불편한 처지에 놓였던 문유석이다. 『개인주의자 선언』은 문유석의 개인적 가치관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산문집인데 올해 특별판으로 또 출간되었다.

 

대개의 산문집이 그러하듯이 무엇을 보고 가슴이 떨렸는지 무엇에 분노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은 무엇이고 은근한 욕망은 무엇인지 열거되고 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며 시대가 달라져 젊은이들에게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카산드라의 예언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을 이야기한다. 지성인이라 불림 받는 이들의 에세이가 다 비슷하겠지만 ‘그럼에도’를 말하는 저자는 책 속에서 지성인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강조한다. 힘을 가진 이들의 작은 나눔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과 위로가 될 수 있음도 말한다.

 

문유석은 과거 법조인들이 누린 특권이 거의 사라지고 오직 하나가 남았는데 이를 ‘그 친구 되기’라고 말한다. 법조인은 약자를 돕기 위해 자기 일을 포기하거나 대단한 희생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저 5분만 더 고민하고 말 한마디만 따뜻하게 하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주의자 선언』이 지독히도 사적인 이야기임에도 공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