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
신철규
모내기가 끝난 논
이양기 지나간 자리에 남은
앙다문 이빨자국
두 다리가 삐죽 나온 올챙이
창자를 달고 우주인처럼
둥둥 떠 있다
일찍 태어난 게 죄다
바람이 건 듯 불자
최르르 밀려 논두렁에 부딪히는 물낯
하늘 속을 유영하는 구름 위에
거꾸로 매달린 소금쟁이
어지러운 듯
손톱으로 꽉, 부여잡고 있다
신철규는 1980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났다.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가 있다.
「적막」은 죽음의 노래다. 모내기를 끝낸 논에서 올챙이의 죽음을 본 것이다. 올챙이는 두 다리를 삐죽 내밀고 창자를 매단 채 둥둥 떠 있는 것이다. 일찍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양기가 지나갈 때 깔려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일찍 태어난 게 죄인 것이다. 풍경은 더 있다. 논물에 하늘이 잠기고 구름이 떠 있다. 소금쟁이가 거꾸로 매달려 어지러운 듯 구름을 손톱으로 꽉 부여잡고 있는 것이다. <창비> 간 『심장보다 높이』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