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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머리 숫자만 채우고 있는 신하일 뿐이다

 

[용인신문] 시경에 ‘소심익익小心翼翼’이라는 말이 있다. 찬찬히 삼가한다는 말이다. 주나라 시조부터 무왕까지의 행적을 백성들이 칭송하여 부른 노래를 정리하여 적은 글인데 시경 대명 8장 한 대목에 이렇게 끝을 맺는다. 헤아리건대 우리 문왕께서는 매사를 찬찬히 삼가신다.

 

이를 간서치 이덕무는 자신의 어린이 수신서 사소절 동규편에서 이렇게 인용하고 있다. “무릇 아이 된 자는 어른 앞에서 말 한마디라도 깊게 생각하고 찬찬히 말을 내야 한다.”라고. 풀어 말하면 어린아이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에 이르기까지 쉽게 말해서도 안 되고 행동 또한 함부로 해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어려서야 몰라서 그런다 치더라도, 어른이 된 다음 나라를 다스리는 자들까지 말이 가볍고 행동에 삼감이 없다면 거기서 오는 고통의 몫은 온전히 백성이 지게 된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조금은 스스로를 겸양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자신이 낮아지는 것은 아닐 터. 그러나 많은 이들은 높은 자리에 오르기만 하면 눈살을 찌푸리는 일들이 종종 있어 왔다. 일찍이 퇴계 이황 선생님은 찬찬히 삼가한다는 이 문구를 ‘경敬’ 한 글자로 압축하여 일생을 수신 좌우서로 삼으신 분이다. 퇴계 선생님은 알지 않으면 나서지 않으셨으며 알면서도 난체하거나 되바라지는 언행이 없으셨다고 전한다.

 

퇴계 선생님은 퇴계집 경연강의經延講義에서 임금의 자세를 이렇게 기록한다. 옛날에 어진 임금은 이치를 깊게 깨달아 늘 스스로를 낮추며, 굽히며, 겸손함을 잃지 않으며, 공경하며, 마음의 욕심을 비우는 것으로 군왕의 도로 삼았다고 기록한다.

 

공자의 제자 중에 염유 염구라는 사람이 있다. 공문십철사과 중의 한 사람으로 특히 정치분야에 빼어난 인물인데 공자의 수제자 자로와 어깨를 나란히 견줄 정도로 발군이다. 그럼에도 그는 공자 문하에서 쫒겨난 유일의 인물인데 권력과 재물 욕심과 출세에 눈이 뒤집힌 탓이다. 그는 계씨의 가신이 되어 재상이 된 후 백성들로부터 가혹한 세금을 거두는 등 백성보다 자신이 모시는 주군 계씨를 위해 권력을 사용한 인물이다. 무슨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물을 긁어모아 출세 가도를 달렸던 사내다. 논어선진편은 이렇게 평한다. 염유 염구는 머리 숫자만 채우고 있는 신하일 뿐이다. 인간 쓰레기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