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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국민이 뽑은 걸 그걸 어쩌라고.

 

[용인신문] 제나라 위왕의 아들 제선왕은 즉위한 다음 해에 제나라 임치에 있는 직하궁 학생들의 수준을 높일 요량으로 맹자를 초빙해 장장 7년을 머물게 한다. 제선왕은 족보로 따진다면 맹상군의 큰아버지쯤 되고 그의 아버지 제위왕은 병법가 손빈을 전략가로 모셔와 위나라 양혜왕에게 마릉대첩 전쟁에서 패배를 안겨준 인물이기도 하다.

 

직하궁은 제나라 위왕 때 그저 그러려니 정도의 학사로 운영되다가 그의 아들 제선왕 때에는 학생이 천명에 이르렀고, 그의 아들 제민왕 때에 이르러는 학생이 만여 명에 이른 명실상부한 제나라 최고의 국립대학인 셈이다.

 

하루는 제선왕이 선대의 군주인 제환공과 진나라 문공의 입지전적 통치술의 이야기를 듣고자 물으니 맹자는 “공자님의 제자들은 제환공과 진문공의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라며 즉답을 피한다. 이를 동중서는 이렇게 주석을 단다. “오척 동자라도 춘추오패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였다. 왜냐, 저들은 패도정치로 거짓과 힘만 앞세워 인과 의를 뒤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왕은 패도가 아닌 왕도로서 백성들을 걱정 없이 잘살게 해야 한다.” 그러자 제나라 선왕이 또 묻는다. “어떻게 하는 것이 왕도정치입니까?” 맹자는 답한다. “백성을 가난으로부터 보호한다면 그러한 임금을 누가 나쁜 임금이라 막겠습니까.”

 

사실 논어 헌문편에 보면 자공이 관중과 제환공에 대해 스승 공자와 대화하는 장면이 기록되어있다. 맹자가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터. 그럼에도 제선왕의 물음에 답변을 피한 이유는 임금의 정치는 패도가 아닌 왕도를 해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왕도정치란 서로 물고 뜯고 하는 정치가 아니다. 오로지 주제는 백성이고, 어떻게 하면 백성이 잘 먹고 잘사느냐에 방점이 있는 정치가 왕도정치인 셈이다. 그 당시의 왕은 세습이고, 여기에는 백성의 권한이라는 게 단 하나도 없는 거고, 오늘날에는 왕은 없으나 국민을 대표하는 인물은 있다. 국민투표가 그것이다. 조금이나마 제대로 된 인물을 뽑으면 국민이 사는 것도 조금은 제대로 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고통은 없는 쪽이 더 크게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