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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구열ㅣ구자운

구열

     구자운

 

그건

어떤 깎고 닦은 돌 면상에 구열진 금이었다

어떤 것은 서로 엉글려서 설형으로 헐고

어떤 것은 아련히 흐름으로 계집의 나체를 그어놨다

그리고 어떤 것은 천천히 구을려

또 나체의 아랫도리를 풀이파리처럼 서성였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러한 구열진 금의 아스러움이

-그렇다 이건 우발인지 모르지만

내 늙어 앙상한 뼈다귀에도 서걱이어

때로 나로 하여금

허황한 꿈 속에서 황홀히 젖게 함이 아니런가? 고

 

구자운(1926~1972)은 일제강점기에 부산 중구 부용동에서 출생했다. 1955년 서정주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지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소아마비의 몸으로 평생 시를 쓰며 살았다. 순수서정으로 돌아가려는 시운동을 전개했다.

「구열」은 거북이 등의 균열을 시로 향상화한 작품이다. 돌면상에 그어진 금이었거나 어떤 것은 서로 엉클어진 쐐기 모양의 기둥으로 헐고 어떤 것은 계집의 나체모양을 그어놓았으며 어떤 것은 나체의 아랫도리를 풀이파리처럼 서성이고 있다. 나는 생각에 잠긴다. 이건 우발적이기는 하지만 내 늙어 앙상한 뼈다귀에도 서걱이어서 허황한 꿈속에 젖게 하는 것이다. 『한국전후문제시집』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