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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영의 숲이야기

여름의 화려한 축제 ‘자귀나무’

이대영 용인시산림조합장

 

 

[용인신문] 하지가 다가오면서 후텁지근한 장마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녹음이 최고에 이르면 야산이나 공원 등에서 곱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자귀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자귀나무는 여름에 가장 독특하면서도 화려한 꽃을 피운다. 짧은 진분홍색 비단실을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 놓은 모양이 공작새 수컷의 화려한 꼬리를 펼친 듯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특이한 모양은 사실 꽃잎이 아니라 수꽃의 수술이다. 우산 모양으로 모여서 피는 꽃은 제일 높은 곳에서 20개 정도 피는데 수꽃의 꽃잎에 3cm쯤 되는 수술이 술잔 모양의 꽃받침에 싸여있다.

 

꽃만큼이나 잎의 모양도 독특하다. 줄기에 잎이 하나씩 달리지 않고 초승달 모양의 작은 잎들이 모여 하나의 잎을 만들고 이들이 다시 줄기에 달리는 깃꼴겹잎이다. 아까시나무가 개개의 작은 잎이 서로 마주보며 달리고 가지 끝에 홀로 달리는데 비해 자귀나무는 홀로 남는 잎이 없이 완벽하게 짝을 맞춘다. 낮에는 활짝 펴져 있던 잎이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면 서로 마주보며 접히는데 이 모양을 보고 부부의 금슬을 뜻하는 합환목, 합혼수, 야합수 등 이름이 붙었다. 집안에 심으면 부부간 애정이 두터워진다 해서 결혼 기념수로 집안에 심기도 했다.

 

이름의 유래도 ‘짝나무’에서 ‘짜기나무’를 거쳐 목재를 찍고 깎고 가공하는 연장인 자귀의 손잡이용으로 쓰였다해서 ‘자귀나무’라 불렸다는 설도 있다.

 

자귀나무는 낙엽활엽수 교목으로 장미목 콩과에 속한다. 아시아와 중동이 원산지며 햇빛을 좋아하는 양수로 보통 3~5m 자란다. 열매는 콩과식물답게 15cm 정도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다닥다닥 달려 겨울을 난다.

 

우리 조상들은 보통 늦게 틔는 자귀나무 잎이지만 일단 틔면 이후 늦서리가 없음에 마음 놓고 곡식을 파종했으며 첫 번째 꽃이 필 무렵 팥을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