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에서 1
박양균
다시는 피할 수 없는 심판을 앞에 두고
온갖 영위하는 자의 슬픈 포효를 지닌 채,
영겁을 눈짓하는 다리의 습성에서,
(구태여 죄를 가시우기 위해서 만이 아니라)
나는 시간의 위촉에서 벗어나 무한을 향해 손을 들어본다.
박양균(1924~1990) 경상북도 영주에서 태어났다. 1952년 시 「창」으로 문단에 나왔다. 1990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문학부문을 수상했다.
「다리 위에서 1」은 다리가 지닌 심판의 두려움을 견디기 위해 시간으로부터 벗어나 무한을 향해 손을 흔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시다. 신구문화사『한국전후문제시집』1964,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