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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백성이 죄를 짓는 것은 임금 책임이라는데

 

[용인신문] 모두가 아는 것을 혼자만 모르고 지금까지 왔다면 그건 ‘괜찮아’가 아니라 ‘무능’한 거다. 스치기만 해도 훤히 보이는 것을 혼자만 못 보고 지금까지 왔다면 그건 무능을 훨씬 넘는 기본이 안된 거다. 기본이란 내가 흔들릴 때 나를 잡아줄 수 있는 벼리와 같은 거다.

 

공자의 막내 제자 자하복상이 공자께서 지으신 춘추를 강해하면서 설명하던 내용 중 “낮은 자리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을 줄 모르는 윗사람은 위태롭다.”라는 경책이 있다고 전한다. 아마도 강해를 듣던 문도 중에 벼슬하는 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줘도 받아서는 안 될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직위’이다. 공부라는 것은 자신의 무지의 한계가 드러날 때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그러나 직위라는 것은 자신의 무지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위까지 이르러서는 결코 안된다. ‘높은 자리에 있다’라고 할 때 그 자리는 묻는 자리가 아니다.

 

요임금 말년 때쯤 홍수가 심하여 나라 안 백성들이 죽고 떠내려가고 난리도 아니었다 한다. 요임금은 곤이라는 사람이 그 방면으로 꽤 안다하여, 그를 불러 높은 직책을 주며 치수 관리를 맡겼다. 곤은 현자들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물어 답을 찾고자 애를 썼다. 그럼에도 번번이 홍수는 났고, 치수 관리는 엉망이 되어 나라 안 백성들은 여전히 고통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보다 못한 요임금은 우산이라는 곳에서 그를 공개처형 시켜버렸다. 그런 위치는 누군가에게 묻는 자리가 아니다. 물론 자문을 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답을 주는 자리다. 그것도 정답으로 말이다. 곤이라는 사람은 뭔가 알긴 아는 것은 같은데 제대로는 모른다는 거다. 요즘 시대야 백성이 어디 있으며 임금이 누구며 치수 관리가 무슨 소용이겠냐 하겠지만 명칭만 다를 뿐 존과 비는 여전하다.

 

곧 위에 있는 자들은 국민을 배부르고 등따습게 해줄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서경·주서·태서·중편에 이런 경구가 명토박혀 있다. 백성들에게 죄가 있는 것은 그 책임이 다 임금 한 사람에게 있다. 이 말을 새김해 보면 백성이 죄를 짓는 것은 임금이 백성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도 읽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