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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시를 읽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느니라

 

[용인신문] 하루는 공자의 아들이 집 마당을 종종걸음으로 지나가는 데 아버지인 공자께서 불러 말씀하신다. “얘야. 너는 시를 읽었느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아버지의 돌연한 물음에 아들은 고개를 저으며 “아직 안 읽었습니다.”라고 하니 아버지는 말씀하신다. “시를 읽거라. 시를 읽지 않으면 말을 할 수가 없느니라.” 이에 아들은 물러 나와 시를 읽었다고 논어는 기록한다.

 

이 문장은 천고의 스승이요, 만세 사표이신 공자님께서 아들을 직접 훈육하신 유일무이의 문장이다. 아들에게 시를 공부하라고 권하신 까닭은 무엇일까. 공자님 말씀에 따르면 “시 삼백 편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생각에 삿됨이 없다.”이다. 이는 시를 읽어두면 “어느 환경과 처지든지 거기에 필요한 말을 할 수 있다.”쯤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하루는 공자의 서열 세 번째 제자 자공이 묻는다. “가난하면서도 아첨함이 없고, 부자이면서도 교만함이 없다면 어떤지요?” 그러자 공자님께서 말씀하신다. “그쯤이면 괜찮다고 할 수는 있지. 그러나 가난하지만 예악을 공부하고 부자이지만 예를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지” 그러자 자공은 말한다. “그렇다면 공자선생님 말씀인즉슨 말을 할 때 옥을 쪼듯 다듬듯 갈 듯 이렇게 조심하고 삼가며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러자 공자님께서 “자공아. 이제야 비로소 너와 더불어 시를 말 할 만 하구나.”라고 말씀하신다.

 

서경이라는 책에 격기비심이라는 성어가 있다. 그릇됨을 바로잡는다 하여 말을 삼가고 행동을 조신하라는 말이다. 향리 훈도 가르침의 전하는 말에 따르면 노나라 대부 맹리자가 초나라에 가서 두 개의 실수를 했다 하는데 하나는 ‘의전’에 관한 것과 하나는 ‘언어’에 관한 것이라 한다. 이 일로 그는 크게 상심하여 일을 마치고 돌아와 끝내 병을 얻어 죽음에 이르러 아들들에게 유언하기를 공자에게 가서 예를 배우라고 한다. 이것이 논어 위정편 5문장의 맹의자가 공자께 효에 대해 물었다는 문장의 배경 설명인 셈이다.

 

일국의 대부가 외국 사신으로 가서 말에 실수가 있었고, 돌아와 근심으로 병이 쌓여 죽었다는 것은 그만큼 말이 차지하는 중량감에 대한 옛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요즘이야 해놓고도 안 했다. 아니다. 저들이 잘 못들었다. 기억 안 난다. 식으로 둘러대면 그만이지만. 세상을 저리도 쉽게 사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