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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론(正論)과 정론(政論)

오룡(평생학습교육연구소 대표/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용인신문] 1555년, 남명 조식의 상소문은 명종 대의 정국을 요동치게 했다. 글의 핵심 내용은 정치를 잘못하여 나라의 근본이 망했고, 민심이 돌아섰다는 것이다.

 

“전하의 나랏일은 이미 그릇되었으며, 나라의 근본이 이미 망했으며, 하늘의 뜻도 이미 떠나갔으며, 인심도 이미 떠났습니다.”

 

조식은 정치가 잘못된 원인이 문정왕후의 수렴청정이라고 직격했다. “자전(慈殿: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께서는 생각이 깊으시기는 하나 깊숙한 궁중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고, 전하께서는 어리시어 다만 선왕의 외로운 후계자이실 뿐이니, 천 가지 백 가지의 천재(天災)와 억만 갈래의 인심을 무엇으로 감당하며 무엇으로 수습하시겠습니까?”

 

문정왕후는 1544년 11세의 명종이 즉위하자마자 윤원형 등 외척 세력을 대거 끌어들였다. 정상적인 정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문정왕후에게 아부하는 자들만이 고위직으로 승진했다. 소수의 외척 세력과 탐관오리들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들에게 전가됐다. 조식은 정치 파탄의 몸통이 문정왕후라고 지적한 것이다.

 

남명은 재야 지식인으로 중앙 정치에 참여하지 않았다. 언어 능력이 뛰어났던 남명은 당대 사회·정치 문제를 꿰뚫는 상소를 올렸다. 명징(明徵)한 칼럼을 써서 최고 권력자들을 훈계한 것이다. 절대군주를 향해서 거침없이 비판한 조식은 처벌받지 않았다. 임진왜란 최초의 의병장 홍의장군 곽재우와 정인홍이 조식이 배출한 제자였다.

 

조선이 500년 왕조를 유지한 이유는 언론 보호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신들이나 언관들도 조식을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조식을 처벌하려던 명종을 설득하고 만류했다. ‘조식에게 벌을 준다면 언로가 막힘이 더욱 심해져서 왕의 덕에 누가 된다.’라는 요구를 명종은 받아들였다.

 

16세기 조선 사회는 공도론(公道論)이 대세였다. 사관이나 언관직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언로(言路)의 전성기였다. ‘양사기(養士氣:선비의 기상을 양성함)’, ‘납언론(納言論:언론을 받아들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였다. 조식의 파격적인 상소문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선택하겠다”라는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에 실린 것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 진실 그 자체는 신문이라는 오염된 매체에 실리는 순간 수상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1775년 3월, 패트릭 헨리의 연설을 보자. “우리가 자유를 유지하려면, 우리가 오랫동안 싸워 지켜온 수많은 불가침의 권리들을 보존하려 한다면, 우리가 오랫동안 수행해온 신성한 투쟁, 우리의 영광스러운 투쟁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그 투쟁을 우리가 비열하게 포기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싸워야 합니다. (…) 다른 사람들이 어떤 길을 택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내 입장은 이것입니다. 나에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권력과 기득권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고유의 역할을 망각하지 않은 다수의 언론이 있기에 미국은 건재하다. 자유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했던 시민들로 인해 미국의 민주주의는 확고하게 지켜진다. 이 모든 것은 양날의 칼이다. 결국은 시민들의 수긍과 응원을 받았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2022년 대한민국 정부는 특정 언론에 ‘발끈’, ‘왕따’, ‘반말’, ‘고발’로 응수했다. 언론의 도그마는 본질적인 속성이다. 그러므로 ‘MBC도, 조선일보도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볼 수 있다. 각자의 도그마를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정론(正論)지가 존재했는지 모르겠지만, 정론(正論)을 포기했다는 언론은 아직 없다. 정론(正論)이 아닌 정론(政論)의 역할을 하는 것인지는 시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사족, 용인특례시에도 자랑할 만한 지역 언론이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최일선에서 지난 30년을 이어 오고 있으니 자랑의 이유는 분명하다. ‘왜곡 보도 불식’이라는 전통적인 언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용인신문’은 정론(正論)으로 직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