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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의 자유와 업무개시명령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안전운임제’와 ‘일몰제’를 둘러싸고 화물연대와 정부의 강경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노사협상이 12월 1일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29일 시멘트 운송에 종사하는 개인자영업자(레미콘 기사)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화물연대는 이를 즉각 거부하고 안전운임제의 유지와 확대 시행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12월 2일 현재, 화물연대의 파업은 9일째로 접어들었다.

 

안전운임제는 지난 2019년 도입되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을 운송하는 기사들에게 운송량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개선하여 적정시간을 기준으로 기본운임제를 시행한 것이다. 물류 수송은 교통 사정에 따라 좌우된다. 교통량이 증가하여 도로가 막히면 화물운송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화물운송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종사자들은 교통체증이 덜한 한밤중이나 새벽에 화물을 운송해왔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과속과 졸음운전으로 대형 사고가 빈발하였다. 화물운송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운송량에 따른 운임 지급방식을 철폐하고 임금제로 전환할 것을 줄곧 요구해왔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안전운임제다. 즉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제와 같다고 이해하면 된다. 문제는 ‘안전운임제’가 ‘일몰제’로 인해 올해 말이면 폐지되는 것에서 발생하였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계속 시행하고 일몰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하였고 정부는 이것을 거부하였다. 일몰제는 법률이 만들어지고 3년이 지나도록 개정되거나 유지하는 후속 법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력이 자동적으로 소멸되는 것을 말한다.

 

국회에서 안전운임제 연장을 위한 법률을 개정하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효력이 정지된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안전운임제를 상시적인 법률로 개정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정부와 국민의힘은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기업과 유통업체는 일몰제가 계속 유지되기를 강력하게 희망해왔다. 반면 화물운송업 종사자와 노동자는 일몰제 폐지를 주장한다.

 

이렇게 견해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반된 입장으로 인해 파업은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파업의 자유가 우선이냐, 업무개시명령이 우선이냐. 이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같이 풀기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파업의 자유가 우선이다. 왜냐하면 파업은 노동삼권의 핵심 조항이며 양심과 사상의 자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경제적 피해와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는 것은 ‘헌법정신’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대통령령에 근거한 행정명령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 기본권인 파업의 자유보다 상위에 설 수 없다.

 

정부는 화물연대와 즉각적인 협상을 벌여 대화로 문제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 자유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대통령과 임명직 각료에 불과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파업의 자유를 물리력으로 봉쇄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일몰제’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국회에서 제정된 것을 들어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면 대통령을 연임하기 위해 제헌헌법의 대통령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꾼 이승만 대통령의 행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더욱이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헌법 제정과 12.12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군부정권의 정당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과 상품의 생산만을 따지는 자본주의 고전 경제학에 노동의 가치를 대입시켜 노동시간이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가치라는 논거를 제시하여 자본주의 경제학을 완성했다. 노동시간에 비해 열악한 임금을 받는다면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교섭과 행동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낼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비옥한 땅이 수백만 평 있어도 땅에 씨를 뿌리고 경작할 농부가 없으면 식량을 생산할 수 없다. 노동자의 생존권도 마찬가지다. 자본가와 정치인이 없는 세상에서는 살 수 있지만 농민과 노동자가 없는 세상에서는 살 수 없다. 이러한 이치를 이해한다면 화물연대의 파업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