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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국민이 아프다 하면 정치는 답을 줘야 한다.

 

[용인신문] 19세에 이른 공자는 송나라 여인 올관씨를 아내로 맞아 아들 공리를 낳고, 이십 삼사 세쯤에 이르러 무슨 연유에선지는 모르나 아내와 헤어진다. 여기서 나온 성어가 ‘공자 출처’, 곧 ‘공자는 아내를 내보냈다.’라는 글자이다.

 

한나라 문제 때 박사를 지낸 한영이 쓴 한시외전에 따르면 맹자는 ‘휴처’ 했다고 기록한다. 출처는 ‘아내를 내쫓았다’라는 의미에 가깝고, 휴처는 ‘아내의 직분을 그만두게 한다.’에 가깝다 하겠다. 어쨌거나 성인들의 아내 관은 일반 범부들의 생각과는 분명 결이 다르긴 하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나 공자의 아내에 관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공자께서 14년간 철환주유 중 위나라에 계실 무렵 68세쯤에 이른 어느 날 출처한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그리고 다음 해에 아들 공리가 죽는다.

 

서너 달 후 제자 염백우가 문둥병에 걸려 스승 공자께서 병문안을 가신다. 염백우는 병이 전염될 수 있다며 방문을 열어주지 않으니 공자께서는 창문 너머로 제자를 향해 말한다. ‘이리도 훌륭한 사람이 어쩌다가 이런 몹쓸 병에 걸리다니’라며 탄식을 한다. 이와 비슷한 장면이 기독교 경전에도 기록되어있다. 기독교 경전 누가복음 5장 12~13절은 이렇게 기록한다. 예수께서 한 마을에 계실 때 문둥병자가 땅에 엎드려 간청하기를 주께서 하시고자 하신다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 이에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라고 하시니 ‘문둥병이 곧 떠나니라’라고 경전은 기록한다.

 

똑같은 문둥병이지만 세수가 69세에 이른 성인 공자께서 하실 수 있는 일의 전부는 그저 안타까워하시는 거 그게 전부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아 공자는 분명 신은 아니다. 그러나 서른 남짓의 예수는 마치 이깟 일쯤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망설임이나 추호의 머뭇거림도 없이 오로지 말씀 한마디로 완치율을 보였다.

 

공자의 제자를 향한 안타까움이나 예수가 생면부지의 문둥병 환자를 향한 완치율이나 여기에는 측은지심을 넘는 아파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거다. 공자도 예수도 이들은 일국을 처리하는 왕이 아니다. 그럼에도 저들을 보면 아파할 줄 알고 또 거기에 대해서 치유라는 답을 내놓을 줄 알았다. 정치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국민이 아프다 하면 어디가 아픈지, 왜 아픈지 거기에 맞는 답을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