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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최초의 3선 대통령 룰라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12월 12일 브라질 최고법원은 룰라 제39대 대통령 당선자에게 당선증 수여식을 갖고 브라질 대통령선거 과정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룰라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거나 암살되지 않는 한 2023년 1월 1일 제39대 브라질 대통령에 취임한다.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며 정국이 안정될 때까지 신변안전에 만전을 기하기를 당부드린다.

 

룰라의 대통령 당선은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었다. 다만 여론조사에 비해 턱없이 저조한 득표율로 당선된 것이 염려스럽다.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재선에 도전한 ‘자이르 보우소나르’ 후보는 예상을 뛰어넘는 득표율로 룰라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고 2차 결선투표에서 1.8% 차로 낙선했다. 브라질 대통령선거가 공정한 선거였다면 룰라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브라질 대선은 온갖 부정이 총체적으로 동원된 선거로 이승만 자유당 정권에서의 투표와 다를 바 없었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였다면 룰라는 65% 이상을 득표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을 것이 틀림없다. 사회주의자인 룰라의 3선은 브라질의 뿌리깊은 기득권층과 미국의 다국적 독점대자본에게 재앙과도 같은 것이었다.

 

미국과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룰라의 당선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했다. 매표는 기본이고 기상천외한 부정선거가 자행되었다고 브라질 노동자당은 밝혔다. 지난 2002년 브라질 제35대 대통령에 당선된 룰라는 2006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대통령 룰라는 급진적인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서방 자본의 우려를 잘 알고 있었고, 반발이 극심할 것도 예견하여 현명하게 대처했다. 룰라는 먼저 브라질의 “극빈층을 절대빈곤에서 해방시키는 길은 교육에 있다”보고 보육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했다. 룰라가 집권한 8년 동안 브라질은 독재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민주주의를 정착시켰으며 고질적인 악성 인플레도 진정시켰다. 룰라의 업적에 힘입어 후계자로 지명된 ‘지우마 호세프’ 후보는 압도적으로 제36대 대통령에 당선되고 재선에도 성공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그러나 능력과 자질이 부족했다. 그녀는 2016년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사판이 브라질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잔여임기는 부통령 ‘미셰우 테메르’가 승계하여 제37대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문제는 2018년 제38대 대통령선거에 룰라 전 대통령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벌어졌다. 미국과 브라질의 기득권층은 룰라의 출마를 봉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브라질 연방검찰이 총대를 메고 룰라를 권력 남용과 부패 혐의로 법원에 기소했다. 재판은 각본대로 진행되었고 룰라는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 형을 받았다. 2018년 1월 말 2심 재판이 열렸고 룰라는 형량이 늘어나 12년 1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완전한 정치재판이었다. 2심의 재판관은 ‘세르지우 모루’라는 극우 반공주의자로 악명높은 인물이다. 그는 룰라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재판을 진행하였고, 4월 7일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교도소에 수감했다.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룰라는 검찰과 부패한 판사, 미국과 자본의 합작으로 대선 출마가 좌절되었다. 제38대 대통령에 당선된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세르지우 모루’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여 은공(恩功)에 보답했다.

 

브라질 대법원은 2021년 3월 상고심에서 룰라에게 씌워진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재판이 불공정하고 편파적이었음을 판결로서 인정했다. 룰라는 무죄 석방되었다. 룰라가 제39대 대통령선거에 재도전하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물론 미국 연방정부도 당선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임기 4년 동안 한반도 면적에 버금가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헤쳐 대자본가에 제공했다. 오죽하면 유럽의 좌우 정치권 모두가 보우소나루가 재선되면 생태계의 재앙이 닥칠 것을 염려했다. 룰라 당선자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보존하는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룰라의 대통령 3선은 지구촌이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