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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진정한 자유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용인신문] I would prefer not to do.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은 멜빌의 단편 「필경사 바틀비」에서 주인공이 반복해 하는 말이다. 반복적으로 ‘하지 않고 싶다’는 그의 말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이된다. 그의 실력은 은근히 그를 고용한 사장에게도 자랑거리였는데도 한결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사장을 비롯한 주변 사람을 당혹하게 만든다.

 

바틀비는 왜 그렇게 말할까? 전 세계의 돈이 모이는 월스트리트 한 복판에서 가장 바쁘게 보내야 할 필경사 바틀비. 하지만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좋은 실력으로 연봉을 올리며 사장과 타협을 해 보는 것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바틀비가 이해되기도 한다. 사장에 비해 결정권한이 없는 바틀비. 사장은 언제든지 고용을 거부할 수 있지만 바틀비는 그렇지 못하다. 사장은 언제든 사치스런 음식을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바틀비는 어떤 결정도 제안도 힘을 갖지 못한다. 오로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거부할 때만이 권력자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다.

 

“하고 싶지 않다”와 “귀찮다”는 말이 만연한 지금의 우리도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선택의 자유는 적어도 두 개의 선택지가 존재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바로 뭐든 열심히, 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것. 한 해를 보내며 열심히 살지 않은 자신을 탓하지 않으면 좋겠다. 아이들이건 어른들이건 너무 열심이어서 피곤한 한국사회에 여백을 줬으면 좋겠다. 대신 한 해를 보내는 자신에게 칭찬을 건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