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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소녀의 오이디푸스 극복기

 

 

[용인신문] 『소녀와 고양이와 항해사』라는 제목을 가진 책. 돛대를 칭칭 감은 굵직한 괴물의 다리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먼 하늘을 바라보는 어떤 소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고양이 한 마리가 그려진 표지. 소녀의 이름은 우나. 우나는 다른 평범한 여자아이들과 달리 추운 겨울 바다에서 수영 연습을 했고, 아버지와 항해를 하는 꿈을 꾼다. 그러나 위대한 선장인 아버지는 자신을 이을 위대한 아들이 태어난다는 예언을 믿었으나 태어난 아이는 딸이었다.

 

우나는 아버지를 존경했다. 우나의 아버지는 고래사냥을 하는 배의 선장이다. 선장이 이끄는 배는 북쪽 나라에서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사냥을 나갔다. 목숨을 걸고 나간 사냥에서 잡은 고래는 식량으로 상품으로 어둠을 밝힐 양초 재료로 쓰였다. 추운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고래를 잡지 못하면 마을 사람들은 모두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을 수 밖에 없다. 우나도 아버지의 배에 타서 함께 항해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도 배에 태워주려 하지 않자 몰래 승선한다.

 

이 작품은 동화답지 않은 결론을 향해 나아간다. 항해사 해로일드만이 우나를 응원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 우나가 아버지를 잃을 작정을 한다는 것이다. 우나가 옳다고 믿었던, 존경했던, 닮고 싶었던 아버지의 진실은 권위적이고 딸을 차가운 북쪽 바다에 버릴 만큼 폭력적이었다. 새해에는 해로일드처럼 길을 보여줄 사람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리고 약간의 행운을 가져다 줄 고양이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나와 같은 결심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