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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경전의 가르침은 자신을 돌아보라 한다.

 

[용인신문] 사마천 사기 중니제자열전에 따르면 공자께서 존경하셨던 인물이 몇 분 계셨는데 주왕실 서고 책임자 노자, 위나라 대부 거백옥, 제나라 재상 안평중, 정나라 재상 자산. 노나라 가신 맹손작 <논어에는 맹공작으로 표기됨>이나 논어만 놓고 본다면 거백옥을 가장 존경한 듯하다. 거백옥의 인물됨은 나라에 도가 있으면 벼슬을 했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벼슬에 물러나 자신의 몸을 돌아보는 것으로 수기와 치인의 균형을 이뤘던 인물이다.

 

한번은 공자께서 노나라에 계실 때 거백옥은 하인을 보내어 공자께 안부를 전한 일이 논어 헌문편 14-26문장에 기록되길 “거백옥이 공자께 하인을 보내니 공자께서 그와 더불어 자리하시면서 묻기를 대부 거백옥께서는 어찌 지내고 계시는가?” 이에 하인이 답한다. “저희 대부님께서는 사소한 잘못이라도 줄이려고 무척 애는 쓰시는 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되나 봅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당시 거백옥의 나이는 대략 졸수를 육박하는 나이라 했다. 그쯤 나이에 잘못한들 뭘 얼마나 하겠으며 줄여야 할 만큼의 사소한 잘못인들 있으랴. 유안이 쓴 회남자 원도훈 편에 따르면 거백옥은 50살이 되니 49년 동안 살아온 인생이 많은 부분 잘못됐음을 알았다고 했다.

 

장자 잡편 3장 칙양편에는 이런 기록도 있다. 거백옥은 60세를 살면서 60번 변하였다는 말이다. 풀어 말하면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자신을 변화시켰다는 말이 된다. 주역 64괘 중 혁괘에 대인호변이라 했다. 호랑이는 가을과 겨울에 걸쳐 털을 갈고 아름다움을 더한다는 말로 곧 큰 사람은 천하를 새롭게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대학 2장에 나오는 탕왕의 탕지반명과 궤를 같이한다. 탕왕이 자신의 목욕통에 새겨두고 날마다 스스로를 반성했다는 글귀다.

 

목욕통은 크게 두 개로 나뉘는데 큰 것을 자신의 전체를 비춘다는 거울감鑑을 써서 감이라 하고, 작은 것은 얼굴과 상반신만 비춘다고 하여 반盤이라 한다. 그 내용을 풀어쓰면 이렇다. 진실로 날마다 나를 새롭게 할 수 있다면 내가 만나는 날들은 새로워질 것이며, 날마다 새로워질 수 있다면 나 또한 새로워질 것이다. 요즘처럼 앞만 보고 달리기도 바쁜 세상에 누가 자신을 돌아보고 비추고 잘못을 고치고 하겠냐마는 그럼에도 경전의 기록은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