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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의회, 용인시와 대립각… ‘조례 금지령’ 논란

민주 3선 의원, 이 시장과 갈등
초선들에 “조례 발의 말라” 압박
집행부와 ‘짜고치던 관행’ 스톱

[용인신문] 제9대 용인시의회가 시민들의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목적의 조례 등에 대해 시 집행부가 잇따라 재의요구를 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민주당 다선의원들이 초선 의원들에게 ‘조례 의원발의’를 금지토록 한 것.

 

뿐만 아니라 지역 내 대학의 정부 공모사업 지원 취지의 동의안에 대해 민주당 측이 ‘묻지마 당론’으로 채택해 부결 시킨뒤, 본회의에서 재부의되자 반대토론조차 하지 못하는 촌극까지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직사회와 지역정가 일각에서는 민주당 3선 시의원 주도의 정당 중심 의정활동에 대해 ‘시의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모습이다.

 

시의원들에 따르면 김윤선 시의원 등은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271회 임시회에 ‘조례안 의원발의’를 준비했다.

 

하지만 해당 임시회에는 국민의힘 박은선 의원이 발의한 ‘용인시의회 포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용인시의회 포상 규칙안’을 제외한 의원발의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조례를 준비했던 시의원들이 모두 발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수의 초선 시의원들에 따르면 시의회 개회를 앞두고 황재욱, 남홍숙, 장정순 의원 등 민주당 소속 3선 시의원들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압박을 받았다.

 

이들 3선 시의원들은 각각 자신이 소속된 상임위 초선의원들에게 ‘시의회와 시 집행부 간 갈등 상황 등을 이유로 271회 임시회에 의원 발의를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을 전달한 것.

 

조례 발의를 준비했던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조례발의 거부를 결정한 상황인데다, 다선 선배의원들의 요구를 어기고 조례를 발의를 할 경우 부결될 것이라는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결국, 시의회 관련 내용인 박 의원의 조례안을 제외하고는 모두 발의자체를 포기했다.

 

△ 시·시의회 상부상조 ‘무늬만 의원발의’

다선 시의원들의 이 같은 행태는 시 집행부에 대한 항의 표시라는 분석이다. ‘의원발의 조례’ 대부분이 사실상 시 집행부 측이 요청한 ‘무늬만 의원 발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의원들은 조례안 발의 등 입법 활동에 대해 사실상 시 집행부에서 ‘토스’해 주는 조례 제·개정안을 의원발의 형태로 상정해 ‘입법실적’을 채웠다.

 

직접 연구 활동 등을 거쳐 시민들에게 필요한 조례를 제·개정하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시 측의 요청에 의한 안건이라는 전언이다.

 

시 공직자들은 업무관련 조례 제·개정에 대해 의원 발의를 통할 경우 조례규칙 심의 및 입법예고 기간 단축, 시급한 안건의 처리 등의 편의를 얻고, 시의원들은 ‘입법실적’을 채우는 상부상조를 해 왔다.

 

한 다선 시의원은 “차기 공천 등을 위해 각 정당에서 요구하는 등 의정활동 평가 항목 중 조례발의 등 입법 활동 사례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때문에 공직사회와 시의원 간 조례 발의 협력은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를 알고 있는 다선 시의원들이 시 집행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초선 의원들에게 ‘의원발의 포기’를 요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 민생 포기 시의회 … 부끄러운 ‘민낯’

한편, 시 공직사회와 지역정가는 일부 다선 시의원들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지방의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거부한 것 뿐만 아니라, 후배 의원들에게 강요까지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 전직 시의원은 “용인시의회 역시 국회처럼 정당정치가 포함된 곳이긴 하지만, 그동안 시민들을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져 왔다”며 “정치를 이유로 시민들을 위한 입법 활동을 포기했다는 것은 용인시의회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한 고위 공직자는 “수 십년 간 공직자로 일해 왔지만, 시의원들이 시장과 감정 등을 이유로 조례 발의를 못하게 하는 사례는 처음 본다”며 “용인시민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열린 용인시의회 제271회 임시회 2차 본회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