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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사람

“놀아도 박물관에서 놀아라”

25년 호암미술관 근무…”시민들 문화공간과 친숙해져야”박숙현의 더굿피플/| 경기도박물관장 김재열

   
 
역시 평생 박물관과 함께 해온 인물답다. 김재열 경기도립박물관장은 시민들의 문화적 인식이 바뀌기 위해서는 문화 공간과 친숙해 질것을 요구한다.
서울대 고고학과를 나와서 서울대 대학원에서 고고미술사학을 공부하고 박사과정을 마친 김 관장은 졸업 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3년 동안 근무한 것을 빼고는 82년 2월 호암미술관이 처음 개관 할 때부터 지난 2007년 2월까지 25년이라는 긴 세월을 호암미술관에서 일했다. 부관장을 마지막으로 호암을 떠난 김 관장은 2008년 2월 경기도박물관을 맡아 2년째 접어들고 있다.

#박물관의 존재의 중요성
김 관장은 박물관을 인간 시간의 역사가 담겨 있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시간의 확인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곳, 반성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옛 유물을 통해 사람이란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다시 한번 사는 게 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곳이에요. 옛날을 통해 자기 확인을 하고 미래 비전을 세울 수 있지요. 타 분야는 글로 표현되지만 박물관은 실물을 통해 전달되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경기도박물관은 인기가 많아
근무 전에는 몰랐는데 1년에 40~5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한다. 유치원, 초등학생이 많고, 전체 인원의 30%정도가 성인인데, 성인이 10만명 오는 것은 큰 박물관이라는 것. 그는 현재 도 박물관 외형으로 보아 많은 인원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백남준 아트센터, 어린이박물관과 연계된 뮤지엄파크를 중심으로 도립국악당과 민속촌, 호수공원까지 연계된 문화관광벨트가 연계되면 더욱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도박물관의 하드웨어가 빈약한 게 아쉬움
무료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의 우수성 등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반해 상설전시나 유물 수준은 빈약한 편이라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특별전시는 좋은 것을 많이 진행시키고 있다. 기타 전통공연은 물론 무료 전통 혼례도 주한외국인을 우선으로 해 1년에 20쌍을 올려준다.
하드웨어가 빈약하다고 아쉬워한다. “전시장이 작아요. 국립중앙박물관의 10분의 1수준 정도에요. 기획 전시장이 최소 300~400평이어야 하는데. 박물관에서는 전시가 중요해요. 상설전시 경우도 경기도에서 각종 발굴 조사 한 출토유물이 계속 진행 중인데 그걸 잘 보여줄 큰 공간이 없어요. 최근에는 동영상도 일반인에게 흥미를 주는데 공간이 없어서 안타깝죠. 지난해에 리모델링 계획을 세웠는데, 올해 경기가 악화되는 바람에 중단 됐습니다.”
“경기도 특색을 나타내는 좋은 묘지가 많아요. 양반집 묘에서 복식 같은 것이 출토되는데 현재 1000점 넘게 확보한 상태지만 공개할 장소가 없어요. 전시 기법도 시대 트렌드에 맞게 변해야 하는데 구식이에요. 최소한 10년에 한번은 보수가 되어야죠.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덩치가 커지는 게 자연스러운 거에요.”

#어린이 박물관 중요
도박물관 옆 부지에 최근 착공한 어린이박물관은 전국 최대 규모다. “어린이 박물관은 놀이나 체험을 통해 문화와 접촉하게 해 주는 중요한 공간이죠. 도박물관이 과거, 백남준아트센터가 현재, 어린이 박물관이 미래를 상징하는 공간이에요.”

#도자기 감상법
청자 백자 분청이 각자의 매력이 있어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청자는 색감과 형태가 감상의 포인트에요. 그렇게 아름다운 색채가 나온다는 게 신기해요. 천하제일의 비색이라고 하지 않아요. 세련된 맛, 고혹적인 분위기가 청자의 매력이죠. 분청은 텁텁하고 힘차고 역동적이면서 재미있죠. 백자의 경우는 소박하다고 하는데, 전혀 아니에요. 고전적인 아름다움, 기품이 있고 점잖다고 표현하는 게 맞죠. 도자기가 상당히 추상적인데 비교의 능력이 없으면 좋은 걸 볼 수 없어요. 많이 봐서 안목이 높아지면 나름대로 기준이 생기죠. 즐기려면 투자하라고 하잖아요.”

#가장 의미있는 발굴은 용인 이동면 서리 백자터
학교 다닐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촌놈 체질이라 땀 흘리고 발굴하는 데 흥미가 많았다는 그는 옛 사람이 살던 것을 상상하면 상당히 로맨틱하다고 말한다.
이동면 중덕에 있는 고려시대 백자 가마터가 사적으로 지정돼 있음에도 전혀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어 궁금했는데, 너무 커서 복원이 어렵다고 했다. “100m 가까이 되는데, 잘못하면 훼손됩니다. 노출이 되면 훼손이죠. 나중에 복원 기술이 발달하면 하는 게 옳아요. 주변을 정리해서 유적을 보호하는 정도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상반 것은 복원계획이 세워져 있어요.”

#좋은 전시를 많이 하고 싶어
“나는 큐레이터로 살아왔으므로 좋은 전시를 많이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사람에게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려주는 것이죠. 호암에 있을 때 대고려국보전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고려시대 유물 가운데 명품을 빌려와서 전시했는데 고려시대 유물의 화려함에 모두들 정말 놀랬죠. 고려청자가 대표적이지만 금속공예, 나전칠기, 회화 등의 화려함이 대단하죠.”

#우리나라 문화 발전에 대한 인식
“문화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약해요. 소위 문화를 할 수 있는 계층이 얇은 것이죠. 고미술 뿐만 아니라 현대미술도 마찬가지에요. 저변층이 얇아 활동해도 빛이 안나요. 또한 박물관 미술관 인프라가 없어요. 대학 진학을 망설이는 이유도 큐레이터 자리가 한정적이거든요.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다다익선이에요. 같은 돈을 쓰더라도 문화에 대한 정신적 무형의 자산을 갖는 것이 나라 장래를 위해 중요해요. 무형의 재산이 참다운 재산이죠. 국공, 사립 상관 없이 지원해야 해요. 소장한 자체만 해도 민족의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일이잖아요. 국가가 다 커버하지 못해요. 작은 분야의 전문적인 박물관이 많아져야 해요. 요소요소가 모이면 그것이 모세혈관인 것이에요.”

#문화의 발전은 끊임없는 삼각형의 연속
문화의 발전은 한 단계 한 단계 차곡차곡 가다보면 기반이 돼 새로운 게 나오고 끊임없는 삼각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용인이 제2의 고향이고, 제1회 용인시문화상 수상자임을 밝히면서, 그러나 용인은 정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용인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을 통해 용인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근 현대사 쪽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