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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사람

“연극의 화룡점정…사라짐이 매력”

더 굿피플 | 무대미술가 용인대 교수 이태섭무대미술 최고봉…국내 수준 업그레드

   
 
연극에서 무대미술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야다. 늘 배우들이 주인인 무대에서 배우들과 함께 어우러졌던 배경은 아침 이슬이 사라지듯 기억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기억에 오래 남지만 무대는 기억에 없다.
“남지 않고 사라짐이 매력입니다.”
무대미술 분야에서 우리나라 선두주자인 무대미술가 이태섭 용인대 연극학과 교수. 무대 미술작업에 몰입하고 있는 그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연구실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그는 사람과 떠들면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사람과 어울리는, 인간이 중심인, 혼자가 아닌 융합, 어울림, 그런 느낌을 주는 이 교수.
이 교수는 아직 무대미술 분야가 활성화 돼 있지 않은 1980년대에 미국에서 유학한 유학파 1세대에 속한다.
그가 매료된 무대미술이란 무엇이며, 21세기 문화 전쟁 시대에 우리의 공연 예술의 현주소는 어떠한지 들어봤다.

#화려한 수상 경력
우리나라 무대미술의 리더답다. 이 교수의 화려한 수상 경력. 그는 1991년 연극의 해를 맞아 최우수 무대미술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무용비평가상 특별상 수상, 한국뮤지컬대상 무대미술상, 동아연극상 무대미술상 등 주요 무대미술상을 휩쓸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무대 미술계에서 내로라 하는 거물이다. 지금까지 연극 오페라 무용 뮤지컬 등 200여편이 넘는 작품을 했다. 그는 지난해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공연인 ‘레이디 맥베스’에서는 무대에 객석을 마련하는 실험적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하는 등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무대미학으로 우리나라의 무대미술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무대미술이란 연극적 상상력으로 공간을 바꾸는 것
“무대미술은 공연에 맞는 환경으로 공간을 바꿔주는 것입니다. 커다란 성을 만들어야 할 때도 있고 조그마한 집을 만들 때도 있습니다. 또한 강물도 있어야 하고 산도 있어야 합니다. 시공을 초월한 공간이 요구되는데 연극적 상상력으로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배우를 뺀 나머지 영역, 즉 무대장치, 조명, 의상, 음향, 영상 등이 무대 미술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랑 틀려서 정확한 시스템으로 치밀하게 기획해 사고 없이 진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실제 무대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무대미술이 만들어져야 배우가 움직이고 감정도 나옵니다.” 무대미술은 연극의 화룡점정이다.

#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분야
무대 미술가는 연출과 대등한 관계에서 작품을 보고 기획하기 때문에 작품 분석 능력도 있어야 하고 작품의 내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분야이다. “작품에서 요구되는 상황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시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집니다.” 섹스피어는 500~600년 전에도 했으나 현대에는 현대적으로 새롭게 창조한다. 시간 돈 극장 상황에 맞게 설계되는 측면도 있다.

#미국 등 대학원 과정 전문적 공부 이뤄져
우리나라는 교육이 발달돼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유럽은 오랜 연극역사와 함께 전통이 강하다. 미국은 교육이 발달돼 있다. 고등학교에도 시설이 잘 돼 있고 전문 공연도 한다. 대학원 과정에서 전문적 공부를 심도 있게 가르친다. 우리나라는 대학에 전공이 개설된 것도 90년대 들어서다. 대학원 과정도 미흡하다. 이 교수는 홍익대학교 대학원과 뉴욕시립대학교 브룩클린컬리지 대학원에서 무대디자인을 전공했다. 미국에서는 공부하면서 공연물도 직접 같이 만들었다. 교내에 극장이 있어 주민과 학생들이 함께 관람할 수 있게 돼 있다. 학교가 문화 보급의 거점 역할을 하는 매우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대학의 인력을 활용하면서 저비용으로 문화를 보급한다.

#영화나 연극이나 미국이 대세
영화나 연극이나 미국이 대세다. “스텝의 힘,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거죠. 건물, 시설, 훈련된 기술자, 디자이너 등이 준비돼 있어 배우만 첨가되면 공연이 되죠. 미국에서는 오락 문화 산업이 큰 힘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공들여 해 볼만한 공간이나 기반이 없다고 한다. 현재의 대학로 중심의 작은 소극장 연극으로서는 무대미술을 하기엔 공간이 협소하다. 충분한 욕구를 채울 수 없다는 뜻이다. 맘마미아, 라이온 킹 등 메가 뮤지컬 등이 수입되는데 무대장치만 수십억원이 투입이 된다. 뮤지컬에서 무대장치가 중요한 것은 볼거리에 대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뮤지컬이 수입될 때는 무대까지 세트로 들어온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기술력 투자력 흥행 창작 기반 등이 고루 안 돼 있다고 봐야한다. 가끔 국공립 단체가 큰 공연을 할뿐이다.

#무대·극장 설계 자문도
최근 서강대 메리홀을 리노베이션 했다. 메리홀 내에 소극장을 고치는 등 기본 설계를 포함해 자문 영역이 넓다. 설계에 거의 관여한다고 할 수 있다. 강동문화예술회관도 자문했다. 문화예술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적극 반영된 공간은 편리하고 합리적인 문화예술 전문 공간으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에 건립되는 문화예술 공간도 전문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하며, 전문성을 갖춘 문화 행정도 절실하다고 충고한다.

#무대 자체로는 존재 가치가 없는 것, 그게 매력이다
“개인이 하는 예술 중 가장 스케일이 큽니다. 프로젝트마다 전쟁 같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무대도 끝이죠. 일하는 과정 속에서 발생된 자료일 뿐, 배우가 들어오면 비로서 완성될 뿐 그 자체로서는 존재 가치가 없어요. 그게 매력이지요. 남지 않고 사라짐이 매력인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살아있지요.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움직이는 순간 살아 움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