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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사람

“규칙적인 봉사가 진정한 봉사”

땀으로 일군 건강한 마음…아낌없는 베품의 삶더굿피플/홍성갈비 사장 홍은숙

   
 
“어쩌다 생각날 때 남을 돕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생각합니다. 해마다 1월 새 달력이 나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경로당 등 돕기로 정해진 날짜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이왕 할 것 규칙적으로 도와드리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남을 돕는 것을 생의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면서 살아가는 홍은숙 홍성갈비 사장.
오래전부터 그녀의 덕행에 대한 소문이 잔잔하게 번져나고 있었지만 본인은 늘 별것 아니라며 겸손해 했다.
그녀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이웃을 돕는 보기 드문 봉사자다. 앞으로도 그녀는 복지사업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에 아낌없이 희사할 뜻도 갖고 있다.
이제 번듯하게 자리 잡은 식당은 남한테 맡기고 여가를 즐겨도 될 법 하지만 흔한 산악회 한번 안다니며 여전히 근면하게 일한다.
한결 같이 식당일과 밭일을 하면서 땀으로 일군 건강한 돈으로 사회에 아낌없이 봉사하는 그녀는 우리에게 진정한 봉사의 길이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이웃을 돕기 시작한 지 17년
17여년 전 용인 시내에 홍성갈비라는 현재의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봉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현재 양로원 시설인 백암 연꽃마을을 비롯해 몇몇의 경로당, 무법정사의 청소년, 그리고 불우 노인위안 잔치 등 수많은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식당에 매인 몸이다 보니 남들처럼 자유롭게 노력봉사를 하기는 쉽지 않다. 현금 기부 등 물질 봉사를 주로 하면서 자신의 힘이 닿는 것 노력 봉사도 한다.
“연꽃 마을에 노인들이 계시다고 해서 15년전 불고기를 해가지고 갔더니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셨어요. 고기를 맛있게 잡숫는 모습을 보며 그 후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방문했어요. 갈 때마다 악수를 하고 커피를 주는 등 반갑게 맞아 주셨지요. 그분들은 정이 그리운 분들이니까요. 그러다가 최근 2년째 매달 어르신들 간병인 경비를 지원하고 있어요. 양로원측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부분을 돕기위해서지만 노인들을 뵈러 가지 못하는 점이 아쉬워요.”
연꽃마을이 노인 시설을 안성에도 새로 지었는데, 세탁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빨래 밀리지 말라고 세탁기 5대를 기증했다. 그때그때마다 필요한 물질을 봉사한다.

#새 달력 받으면 경로당에 쌀 보내는 날짜부터 체크
몇 곳의 경로당에 쌀을 반 가마씩 보낸다. 처음에 빵이나 떡 등을 사다 드리니 가장 필요한 것이 쌀이라고 해서 그때부터 매달 정해진 날짜에 쌀을 보낸다. 식당일이 바빠 가끔 날짜를 잊게 되자 그녀는 아예 1월에 새 달력이 나오면 약속 날짜부터 표시한다. 소외된 노인들한테 삼계탕 등 식사도 대접하고 자신의 식당에서 불우이웃 잔치도 베푼다. “제가 식당을 운영한다는 것은 용인에서 한분 한분한테 신세지고 산다는 의미가 아니겠어요. 재산을 물려주면 효자 집도 없고, 형제간에 의리 있는 집도 없다는 말이 있어요. 저는 용인에 어느 정도 쓰고 싶어요. 아들 형제한테 늘 식당에서 버는 돈은 너희것이 아니라며 용인분들이 나를 도와주는 것이니까 용인을 위해 쓰고 싶다고 그러죠.”

#없게 살아봤기에 그분들의 어려움을 안다
“큰 아들이 3살 때 쓰러졌어요. 28년전 이었는데 뇌종양이라며 병원에서 씨티 촬영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당시 꽤 큰돈이었던 15만원을 현찰로 내야 했는데 남편도 사우디에 나가 있었고 혼자서 돈을 구하러 다녔어요. 눈 오는 한 겨울에 그 어린 아이를 옆 사람 한테 부탁해 놓고 몇 날을 돈을 구하러 다닐 때의 그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아이가 뇌종양이 아닌 것으로 판정 났고 병도 고쳤지만 그때 돈이라는 게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후 뒤도 안보고 열심히 살았어요. 요즘 우리 아들들이 어디 쓰려고 힘들게 일하냐고 그러는데 자식 죽어갈 때 돈 없는 고통이 얼마나 뼈저린지 몰라서 그래요. 그리고 없는 사람의 심정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남을 돕는 거에요.”

#식당이 돈 벌어야 좋은 일도 하죠
“나중에 복지사업이라도 하고 싶어요. 복지시설을 자식들한테 물려주는 게 아니라 사회에 희사하고 아들한테 운영을 맡으라고 하면 어떨까 싶어요. 꿈을 실현 할려는지는 모르죠. 현재는 식당이 내 목적이에요. 식당이 돈을 벌어야 좋은 일도 하죠. 남들은 나더러 놀러도 다니고 골프도 치라고 하지만 전 내일에 만족하고 이 일을 하는 한, 주어지는 한 끝까지 할 생각이에요.”

#양심 것 살고 싶다
“저는 불교 신자인데 스님이 우리네 인생은 정자나무 그늘에 잠시 쉬었다 가는 인생이라고 하셨어요. 저는 잠시 동안의 인생을 양심 것 살고 싶어요. 지금까지 참기름이나 고춧가루 등 재료 하나라도 사서 써 본 일이 없어요. 건조기를 사서 고추를 씻어 말려 빻지요. 방앗간 주인이 형수는 희한한 생각을 가졌다고 해요.”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대소변 받아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모시면서 두 분의 대소변을 받아냈다. 세탁기도 없고 고무장갑도 없던 시절에는 찬물에 빨래를 하면서 모셨다. “부모는 흔적도 없다는 옛말이 있는데 한번 돌아가시면 그만이에요. 다시 돌이킬 수 없죠. 그래서 노인들한테 잘 해 드리고 싶어요.”
#남들한텐 잘하는데 자식한텐 지독해요
“아들 형제인데 애들이 남들한테는 잘하면서 자기들한테는 지독하다고 뭐래요. 지금까지 애들 핸드폰 요금 한번 내준 일이 없어요. 메이커 하나 안 입혔어요. 대학 다니던 큰 아들이 신갈에서 버스가 끊겼다고 택시를 타고 가면 안 되냐고 그랬죠. 안된다고 했더니 집까지 걸어왔어요. 작은 아들도 겨울에 형처럼 집까지 걸어온 일이 있죠. 물론 집에 도착할 때까지 걱정 때문에 잠 한숨 못 잤어요. 아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스스로의 용돈을 책임지죠. 돈 있다고 다 해주면 아이들이 자립심도 없을뿐더러, 부모 사후에 돈을 막 써버리게 되요. 책임감도 없고 계획성도 없어지지요. 지금도 늘 주위를 돌아보면서 쓰라고 일러요.”

#돈 있을 때 누군 못하겠느냐
“장사가 잘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고 그렇죠. 아들이 형편 되면 하자고 그럴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돈 있을 때 누군들 못하겠어요. 없을 때 하는 게 그게 진정한 나눔이라고 생각해요.”
본인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단호한 성격의 그녀는 앞으로 더욱 넓고 깊은 사랑을 나누며 인생을 빛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