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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칼럼/삼복더위와 모시적삼

김성봉 바이오코드 상담센터 소장

사계절중 화(火)를 상징하는 여름에 더위를 쫓기 위해 갖은 지혜가 동원되어 왔다. 요즘과 같이 산업화가 이루어져 시원한 에어컨이나 선풍기도 없던 시절에 우리 선조들의 생활은 요즘의 청소년들에게는 까마득한 옛이야기로 비춰질 것이다.

여름을 시작하는 초여름 단옷날에 부채를 선물하는 옛 선비들의 지혜와 함께 모시적삼에 풀을 먹여 시원한 바람을 맞은 선비들의 모습에서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볼 수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점점 사라져 가는 추억 속의 문화로만 볼 수 없는 것들이다.

하얀 모시적삼에 합죽선을 들고 시원한 정자 그늘 밑에서 모든 세상일들을 걱정하던 아버지들의 모습과는 달리 모시적삼에 풀을 먹여 밟고 다듬질을 하며 구슬 같은 땀을 흘리는 어머니들의 모습. 왜 하필이면 이 더위에 모시적삼을 입어야 하는가를 반문했던 어린시절의 나의 모습에서 삼복더위에 모시적삼의 시원함을 잊지 못한 까닭은 바로 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그것만큼 좋은 의류를 찾지 못해서 이다.모시는 쐐기풀과에 속하는 모시풀의 인피섬유로 제작한 직물로 저마(苧麻)라고도 부른다.

‘계림유사’에는 ‘쥬왈모 쥬푸왈 모시베’ 라고 기록 되어 일찍이 고려시대에도 저마 섬유를 모시베라고 일컬었다.

모시는 우리나라 인도 중국에서 고대 때부터 재배, 사용되었는데, 오늘날에는 열대 아열대지역의 여러 곳에서 재배하고 있다.

는 소백, 섬세, 단아, 청아함을 복식미의 극치로 우리 민족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직물이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신라에서는 삼십승저삼단(三十升楮杉段)을 당나라에 보냈다는 기록이 있는데, 삼십승이란 직물 폭간에 2400올의 경사가 정경(整經)되어 제직된 것이다. 옛부터 모시는 일정한 포폭이 정해져 있었다.

조선시대의 ‘탁지준절’에는 삼베와 모시의 포폭이 7촌으로 기록되어 삼베와 모시의 포폭이 같았음을 나타낸다.
고려시대에 출토된 모시포폭은 36CM 정도 인 점을 볼 수 있다.

고려 때 임금이나 중신들의 여름옷으로 시(施)라 하였는데 이는 신라의 직조기술을 이어받은 모시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계림유사(鷄林類事)’에 보면 충렬왕 2년 한 여승이 흰 모시 한 필을 임금께 바쳤는데, 가늘기가 매미 날개와 같으며, 거기에 꽃무늬 수를 놓았는데, 마치 살아 있는 꽃과 같다한다. 조선조에도 모시 한필이 죽통 안에 들어갈 만큼 가늘다 하여 죽통모시, 또는 사발하나에 들어간다 하여 사발모시라는 세모시가 있었다.

지금도 우리 한국인은 손재간 좋고 섬세하기로 세상에 소문나 있는데, 그 옛날에도 그 손재간이 모시길쌈에 투영되어 찬란한 직조문화를 계승해 내렸던 것이다. 모시는 특성상 살갗에 들어붙지 않고 통풍공간을 확보해 주는데다가 송송 가는 구멍마다 바람이 솔솔 드나들게 돼 있는 여름형 옷이다.

모시로 차려 입으면 체형이 밉더라도 옷매무새가 그것을 은폐 해주고 또 육선은 어렴풋이 드러나게 되어 노출미도 충족시켜 준다. 특히 삼복의 여름에는 속에 고쟁이나 잠방이를 입지 않은 홑모시는 속살을 투시 시켜주기 때문에 노출의 충족을 모시가 대행해주는 결과까지 가져다준다.

이러한 모시 적삼의 특징 때문에 여름이면 어김없이 모시 적삼을 차려 입는 사람들이 생겨 나고 이를 충족 시켜주기 위한 모시의 길쌈은 여인들의 허벅지 살을 무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모시가 열대. 아열대 식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충청도 이남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이중 서천의 한산세모시가 유명한데, 세모시 짜기는 중요무형문화제로 지정되어 모시의 재배, 제사, 제직의 기능을 이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