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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척추 수술에 대한 생각

박진오 용인세브란스병원장

   
 
척추는 사람을 다른 동물과 가장 차이 나게 하는 특징 중의 하나다. 사람의 척추는 서있고 걸어 다닐 수 있도록 몸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 사람이 기립하여 걸으면서부터 두 손이 자유로워졌고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면서부터 하늘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과 상상력을 키우며 인류의 문명을 만들어 온 것이다.

척추는 크게 5부위로 나눈다. 목, 등, 허리, 천골, 꼬리 등이다. 목 척추(경추)는 7개로 아주 무거운 머리를 지지한다. 목이 긴 기린도 7개의 척추로 이루어져 있고 소나 돼지의 목도 그렇다. 다음은 등 척추(흉추)인데 12개로 각각의 척추에는 한 쌍의 갈비뼈(늑골)가 붙어 있어 중요한 장기인 심장과 폐를 보호한다. 다음은 허리 척추(요추)인데 대부분의 척추에 생기는 질병이 이곳에서 생긴다. 천골도 척추의 한 부분으로 요추와 골반 뼈(장골)를 연결한다. 이는 일반적으로는 5개이나 간혹 4개 또는 6개인 사람도 있다. 꼬리 뼈(미골)는 2-5개의 마디로 이루어지나 대게 사람에게는 퇴화되어 흔적만 남아 있다. 하지만 때론 상당히 길어서 문제가 되는 사람도 있다.

과거, 불과 20-30년 전만해도 척추에 생기는 질병에 대해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방사선 사진이 고작이었다. 또한 의사의 촉진으로 병발 부위를 찾아내 치료, 심지어 수술까지도 시행했다. 이후 흔히 CT라고 말하는 전산화 단층촬영장치가 개발됐고 현재는 MRI라는 자기 공명 영상장치가 개발 됐다. 돌이켜 보면 과거 진단의 정확도는 현대의 정확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부정확했다.

저자가 수련의 시절이었던 20년 전만해도 척추수술을 하기 전에 환자의 수술동의서에 첫 번째로 설명하고 서명 받는 합병증이 하지 또는 사지 마비였다. 그리고 실제 환자 중 두세 달에 한명 정도는 마비가 왔다. 그 당시에는 그런 수술을 하는 의사는 유명한 대학교수 등 손가락으로 꼽힐 정도로 어려운 수술이었고 합병증 많은 수술이 척추 수술이었다.

저자도 1997년에 용인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과장으로 발령 받고는 척추수술을 시행할 때 마다 수술동의서에 마비에 대한 이야기 심지어 사망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설명하고 수술을 해왔다. 그러나 요즘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런 이야기를 별로 강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약 2천여 건 허리 수술을 해 왔지만 마비가 생긴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개인 생각으로 첫 번째 이유는 MRI가 나온 이후로 진단이 아주 정확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MRI검사를 하면 실제 수술하면서 보는 척추의 내부 구조들이 눈으로 보는 것처럼 잘 보이기 때문이다. MRI검사에서 발견되는 병적인 소견들이 과거 단순 방사선 사진이나 CT검사에는 보이지 않았고 이상이 있다고 보이는 부분들이 실제로는 오랜 기간이 경과하여 자연치유 된 척추가 상당수 있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수술방법 및 재료의 발전이다. 과거에는 척추 수술 후 몇 달씩 입원해 누워 있거나 온몸에 석고 붕대로 기브스를 하곤 했지만 지금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수술 후 2-3일에 보행을 시작하고 1주일 남짓이면 퇴원 한다. 새로운 방법들이 수술 후 조기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가능하게 해준다.

이제 척추 수술은 환자 개인의 선택 문제인 것 같다.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No pain, No gain). 수술하면 당장은 아프고 시간이 들고 돈이 든다. 그러나 수술 후에는 수술 전보다 고통이 적어진다. 물론 회복의 정도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는 아픈 정도가 10이라면 평균 7-8정도는 좋아지는 것 같다.

또한 긍정적인 환자는 결과가 좋다. 10개 중 1개만 좋아져도 만족하고 감사하는 환자가 있다. 이런 환자는 수술이후의 만족도가 아주 좋고 실제 객관적인 수술의 결과도 좋다. 반면 10개 중 9개가 좋아져도 1개가 안 좋아졌다고 불만족해 하는 환자가 있다. 그런 환자는 좋아질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런 부정적인 환자는 객관적인 수술의 결과도 좋지 않아 재수술을 하는 비율도 높은 것 같다. 이런 경향은 유독 척추 수술에만 해당하는 것 같지는 않다. 부정적인 생각은 질병과 불행의 원인이 아닐까. 의사는 환자가 건강해지고 빨리 회복되기를 환자와 가족 다음으로 고대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