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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진보의 길”을 읽고

경기도교육위원 강창희

“지속 가능한 진보”를 내걸고 출범한 ‘좋은 정책포럼’이 작년 말 주최한 토론회에서 진단한 내용을 중심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친 진보 진영의 위기의식과 성찰을 담고 있는 책이 ‘새로운 진보의 길’이다.

‘좋은 정책포럼’ 공동대표인 김형기 경북대 교수와 김윤태 고려대 교수가 엮은 이 책에서는 ‘대선(大選)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정당과 시민단체는 진보 노선과 정책에 관한 평가와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는 발표자도 있고, 진보진영의 성찰을 가로막는 데는 작년 거리를 달궜던 ‘촛불집회’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밝히는 학자도 있다.

김형기 교수는 “한국 진보의 위기는 진보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생활보다 이념에서 출발하는 경향이 강했던 노무현 정부와 민주노동당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정책으로 보수와 경쟁할 것을 주문한다.

‘실용보수’에는 ‘실용진보’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 조건에서 실현 불가능한 대안을 추구하는 이상주의나 다양한 가치의 공존을 배격하는 근본주의는 진보세력을 고립시키고 허약하고 왜소한 존재로 만들어 사회발전을 주도할 수 없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김교수는 과거 진보진영에서 좀처럼 하지 않던 얘기를 과감하게 쏟아낸다. ‘새로운 진보’는 시장경제를 토대로 국민경제를 생각하며, 기업을 경제·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중시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그렇다. 진보도 국가안보를 중시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진보세력에 커다란 재앙이 되었다.”고 진단한다. 정파주의, 지나친 정치화, 무능으로 요약되는 노무현 정부는 소통과 정책 두 분야에서 모두 실패했다는 것이다.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소통의 철학을 무시한 채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의 국정 홍보는 독선으로 변질됐다. 편협하고 강박적이고 복수심에 불타는 대통령의 언행은 많은 중도세력뿐 아니라 진보세력의 등을 돌리게 했다.

정책의 실패는 더 심각한 문제다. 노무현 정부는 좋은 학교와 내 집 마련, 양질의 일자리 확보라는 국민의 시급한 문제를 제쳐놓고, 탈(脫) 지역주의와 정치개혁 등 정권이 원하는 정책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1990년대 중반 서구 중도좌파의 정치적 기획이었던 ‘제3의 길’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한국 중도진보의 과제를 모색한다. 김 교수는 ‘더 많은 성장, 더 많은 기회, 더 많은 정의’를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화 세력이 경제 성장을 과소평가해온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진보의 고전적 가치인 사회적 약자 보호도 새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전통적인 평등원칙을 존중하는 동시에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정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많은 교수들은 성장·복지·고용·노동·교육·남북관계 등 각 분야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고, 성장·안보를 중시하는 진보를 꿈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