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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하는 행정안전부

박숙현의 리얼칼럼

지난 주말엔 고열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이틀 동안 집안에 누워 있었다.

때마침 언론에서는 신종 플루 감염이 의심되는 건강한 40대 여성이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나 역시 세미나 때문에 외국에 나갔다가 온지 열흘밖에 안된 상태였고, 이틀째 계속되는 고열 증세에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아뿔싸! 나는 점차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나 스스로를 식구들과 격리시키기 시작했다. 침대에도 혼자 누워있었고, 식사 시간에도 밥맛이 없다며 굶었다. 만에 하나 나 때문에 식구들까지 신종 플루에 감염된다면 어쩌나하는 마음에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은 커졌고, 드디어 확진자처럼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은 어느새 죽음을 맞이하는 상상까지 하게 됐으니 얼마나 맘고생이 컸겠는가.

이러다가 만약 죽기라도 한다면…. 가족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물론 여린 마음 탓도 있겠지만, TV뉴스를 보고 있자니 신종 플루는 영락없는 내 이야기였다. 세상의 종말이 오는 듯 한 느낌도 들었다.

그 와중에 집안에 있던 해열제를 콩알 주워 먹듯 먹었지만, 열이 내리는 것도 잠시 뿐이었다. 그렇게 이틀을 앓다가 더 이상은 불안한 마음에 가족들의 권유를 못이기는 척 신종 플루 거점 병원을 찾아 갔다.

밤 11시가 가까워 졌다. 일요일 밤이었지만 응급진료센터 밖에는 신종플루 검진 차량이 있었고, 접수대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병원직원들이 꼭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간단한 진료카드를 작성한 후 마스크를 쓰고, 격리된 버스진료실 안에서 인플루엔자 검사를 마쳤다. 그리고 15분후면 결과가 나온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온갖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잠시 후 응급진료센터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담당의사는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며 감기약 처방을 내렸다. 주사 한 대에 이틀 치 약. 신종 플루 검사비를 합쳐 6만원 돈이 들었다. 감기약 처방치고는 꽤 비싼 처방을 받은 셈이다.

밤 12시가 넘어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행정안전부가 갑작스럽게 전국 지자체의 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나 역시 허탈과 무기력함에 몸살이 났던 것이였구나. 면역력이 떨어졌던 것이다. 반년 이상을 준비했던 용인마라톤축전을 전격 취소하라는 지자체 통보를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반박하기도 힘들었다. 마라톤은 대회 특성상 거의 1년 전에 대회 일자를 공지하고, 대회 한 달 전 쯤 참가자 접수를 마감한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신종플루 사태 때문에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다. 예년에 비해 참가자도 적었고, 취소사태도 속출했다. 학생자원봉사자 수백 명이 취소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행정안전부는 1000명이상이라도 야외행사는 그냥 하라고 전국의 지자체에 지시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것인가. 단순한 몸살감기에도 죽음까지 생각하게 만든 정부와 언론들에게 유감을 표하고 싶다.

신종 플루 공포 때문에 “없는 병도 생긴다”는 비판의 말이 쏟아지고 있다. 좌충우돌하는 행안부 때문에 지자체는 물론 행사관련 업체들까지 초비상이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으란 것인지 모르겠다. 진작 백신과 치료약부터 준비를 했더라면, 나라가 이 지경까지는 안됐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