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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문화의 가치를 세우자

김장환 용인문화원 사무국장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60년 만에 돌아오는 백호의 해라서 혹시 흰 호랑이라도 만날까 하는 기대감에 새해 첫날 새벽 어둠을 헤치고 석성산에 올랐다. 해돋이를 보러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해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을 보며 첨단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옛날 원시시대에 행해졌던 태양숭배 사상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마치 2010년 새해에는 나에게 신천지라도 펼쳐질듯 최고 부자가 되거나 진급을 하거나 시험에 합격하기를 기원한다. 아니면 소박하게 무사태평을 기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동녘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저마다 소원을 비는 사람들 모두가 2010년은 희망의 해가 될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새해를 맞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치관의 혼란에 빠져있다. 우리 사회에 도대체 진실은 어디에 있으며 정도(正道)는 무엇인가? 한쪽이 이렇다고 주장하면 다른 한쪽은 그게 아니라고 하며 서로를 탓하고 공방을 벌이는 언어경연장이 되어버린 우리사회의 풍토. 말없는 국민은 환멸을 느끼고 통탄한다.

지도층은 사회적 신분으로 언로(言路)를 보장받고 있지만 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많은 시민들은 그저 무언의 함성을 지를 뿐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우리가 세계일류가 될 것이라 외치는 지도층의 목소리는 공허한 구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새로운 세기의 10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도 우리 사회는 아직 다양한 개성이 조화를 이루는 품격있는 삶의 터전이 아니라 ‘깜짝성 이벤트장(場)’이 돼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소박한 인간의 가치가 훈기를 발하는 사회가 아니라 반목과 질시가 팽배한 투전장이 되어버린 것 같다. 민주사회의 기본인 개인의 권리와 의무가 중시되기보다 집단의 권익과 주장이 난무하는 한국적 집단주의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그래서 한국도 진정한 문화국가가 되고 세계화가 돼야한다. 더 이상 세계화를 수사학으로나 캐치프레이즈용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 진정으로 세계화가 되기 위해서는 추상적이고 현학적 이론이 아닌 선진국의 삶의 가치관을 벤치마킹해 우리것으로 실천하는 작은 노력부터 해야 한다. 이것은 어느 개인의 단상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지도층들부터 앞장서야 한다.

우리 사회에 절대로 필요하고 지도층이 크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인간 정신생활의 중심이 되는 문화의 가치를 세우는 것이다. 한국이 산업화의 과정 속에서 외형적인 성장에만 치중해온 결과로 이제 양적 측면의 생활은 향상됐지만 질적인 면은 낙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선진화가 돼있지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지도자들은 정치와 경제 가치에만 치중해 왔다. 진정한 삶의 근간이 되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정신과 감성의 토대가 되는 문화의 가치는 소홀히 해 왔다. 문화의 가치에 대한 인식부재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피폐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진정 글로벌 21세기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문화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사회구조의 변화가 절대 필요하다. 이에 맞추어 국민들을 선도하는 지도자들의 자질과 소양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투쟁과 용기가 미덕으로 여겨지던 지금까지의 투사적 지도자상이 아닌 교양과 양식과 세련미와 온화함을 갖춘 문화감각이 넘치는 지도자가 우리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

오늘도 매스컴을 장식하는 혼란스런 사건들을 보면서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우리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궁금하다. 문화는 곧 교양이자 품격과 같은 뜻일진데 문화의 시대에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층은 교양 있고 존경받는 선진시민의 자격을 갖추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적어도 사회 지도층은 권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면서 무엇인가 유익한 가치를 심어주며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즈(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