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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잡고 보세요

다문화 가정이야기-3 결혼이민자편

한국 사람은 “들어가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뜻으로 받아 들일까요? 오늘 제가 소개할 내용은 외국인으로서 한 번씩 겪어본 경험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국어사전에 ‘들어가다’를 찾아보면 ‘밖에서 안으로 향해가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저는 유학 초기시절 항상 그렇게 생각해 사용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대학 선배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마지막에 ‘들어가’라는 끝인사를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그때 마침 제가 밖에 있어서 그냥 기숙사에 잘 들어가라고 하나보다 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또 한 번은 결혼 전에, 어느 날 저녁 세미나를 끝내고 교수님과 동창들이랑 회식자리에 갔다가 오는 길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애인(지금 남편)에게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던 중 저는 남편이 걱정할까봐 그냥 기숙사에 와 있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통화 후 끝에 남편이 역시 ‘들어가’라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저는 순간 이 사람이 내 뒤를 밟고 있는가 생각하고 소름이 끼쳐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저는 ‘나 지금 기숙사에 있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남편도 그 시점에서 제가 왜 그 말을 했는지 이해를 못하였는지, 그냥 “알았어, 잘 자.”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때 만약 남편이 눈치를 채고 설명을 해 줬으면 나중에 제가 결정적인 실수를 안 했을 텐데…. 결국, 결혼 후 시어머니께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시어머님과 안부전화를 하던 중에 시어머니께서 “아가, 어디냐?”라고 물어보셨고 저는 “그냥 집에 있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시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시어머니께서 “그래, 밥 잘 챙겨먹고, 들어가.”라고 인사를 하셨습니다. 저는 “저 집에 있다니까요, 어디를 들어가라고요?”라고 되물었습니다. 당황하신 어머니께서 한국에서는 “들어가”라는 말이 헤어질 때 쓰는 인사말 이라고, 별뜻없이 쓴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아이고~ 한국에서 5년 동안 살아오면서 이제야 이런 간단한 인사말을 배우게 되다니….

평상시 “안녕히 계세요. 잘 지내.”등 인사말을 자주 듣지만 “들어가”는 많이 듣지 못했습니다. 저는 책에서 배운 언어보다 실제 생활 속에서 배우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목적은 바로 책이나 선생님보다 남편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밖에 나가서 대화중에 실수하지 않도록 하려면 일상 대화 속에서 틀리거나, 어색한 곳이 있을 때마다 항상 바로바로 고쳐주는 것이 제일 빠른 교습방법입니다. 대부분 남편들이 아내와 텔레파시가 잘 통한다고 생각해서 아내가 틀린 말을 해도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인 아내를 둔 남편 여러분! 아내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아이를 업고, 버스타고 다문화가족센터에 가서 수업을 받는 것을 보면 대견스럽지 않습니까? 하루빨리 한국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남편여러분입니다. 여러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