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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우리에게 최고의 선생님이다

다문화 가정이야기 8 외국인며느리생활 편

   
손곤 시민기자
다문화 가정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사회의 가장 큰 아젠다 중 하나로 떠오른 다문화 가정에 대해 중국인이면서 한국인과 결혼, 용인시에 살고 있는 손 곤(본지 시민기자)씨가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저는 한국어 지도사란 일을 시작하기 전, 우리주변에 다문화 가정이 예상외로 많다는 것과 그 속에 나름대로의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잘 몰랐습니다. 국제결혼을 한 대부분의 부부들은 중매로 만나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가정생활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나이와 문화차이가 많다보니 부부간 갈등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결혼이민자들이 한국문화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다문화센터에서 교육과 상담을 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용인시 다문화가족센터에서 제가 언어지도를 해주고 있는 ‘장유’란 분의 가정을 보면 한국어 습득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집입니다.

장유씨의 남편은 결혼 전 직장 파견근무로 중국에 갔고, 그곳에서 친구의 소개로 장유씨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매일 전화로 사랑을 나누웠고, 결국 국제 결혼을 했답니다. 곧바로 남편은 장유씨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기 위해 다문화가족센터에 한국어 수강신청을 했고, 제가 장유씨의 수업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장유씨는 수업 첫 시간에 중국에서 배웠던 북한식 말투로 제게 몇 마디를 했는데, 제 경험상 장유씨의 발음을 고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아무것도 안 배우고 온 유학생이 한국말은 잘 못 해도 발음은 정확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중국에서 그럭저럭 많이 배우고 온 유학생들의 고민거리가 바로 발음교정입니다.

장유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편도 열심히 가르쳐 주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전통 규칙 순서가 아닌 어려운 문법부터 시작했고, 중국에서 배웠던 발음을 잊으라는 시간을 줬습니다.

벌써 시간이 흘러 지금 두 달이 넘었습니다. 장유씨 본인도 향상된 한국어 실력에 놀라면서 저한테 “선생님, 신기해요. 선생님, 대단해요.(참고로 중국말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은 장유씨 남편입니다. 남편은 영화<해운대>를 보여주고 실제로 해운대 여행을 가고, 볼링도 치러 다니고, 주변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항상 데리고 다닌다고 하더군요.

장유씨는 그럴 때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다가 저에게 물어봅니다. 자신이 한국말을 빨리 배워야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실천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