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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이 남긴 교훈

필자의 지인 중에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캠프에서 여성관련 공약과 정책을 담당한 인사가 있다. 그는 당시 캠프에서 일하는 고충 중에 가장 스트레스가 큰 것은 여기저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공약과 정책을 제안형태로 보고하는데, 이를 검증할 시간과 여유도 없이 ‘진짜 공약’으로 둔갑하는 통에 뒷감당이 걱정되어 밤에 잠이 안온다고 토로했었다.


‘동남권 신공항’이 전면 백지화되었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였지만 밀양과 가덕도로 갈려 영남을 두 동강낸 지역분열의 후폭풍과 정치권의 책임떠밀기식 행태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수도권은 또 다른 계산법으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바라본다. 국론분열과 지역분열로 세상이 온통 시끄러운 상황일수록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어느 후보라도 ‘곳곳마다 사람마다’ 요구하는 사업들을 안된다고 잘라낼 배짱이 있을까마는 좀 더 빨리 잘못된 공약을 되돌릴 수는 없던 것인가.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것은 이토록 사태가 심각해 질 때까지 너무나도 오랫동안 주민들을 신공항의 부푼 꿈으로 현혹해왔다는 것이다.

후보시절 검증과 선택의 과정 없이 나열된 공약들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없는 일로 구별해야했고 약속한 것이라도 안되겠다고 좀 더 일찍 솔직하게 조치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국토연구원이 2008년 3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신공항 타당성 및 입지조사 연구를 추가로 실시해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등 2곳이 후보지로 압축하였다는 것은 무엇인가. 더구나 입지선정위원회가 불과 발표 3일전에 해당 단체장도 배석하지 못하도록 하고 현지실사에 들어갔으니 과정에 대한 불신이 이 사태를 더 키웠다고 할 수 있다.  


통상 어느 선거라도 공약집이란 유권자의 모든 요구사항을 검증과 선택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로 모두 나열하게 된다. 표를 얻기 위해 정치인은 공약(公約)이든 공약(空約)이든 그 무엇이라도 약속하게 된다. 오죽하면 ‘강이 없는 곳에 다리를 놓는다’고 하겠는가. 그래서 국민들이 공약에 대한 검증의 안목과 선택의 혜안이 절실한 것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대선을 통해 많은 약속을 받아냈고 대통령에 당선된 분들은 되도록 약속을 지키려고 했다. 수도이전, 혁신도시, 기업도시, 4대강사업, 뉴타운 등등 그간의 공약(公約)을 지키는 것과 번복하는 것 그 어느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지는 후세에 역사가 평가할 일이나 다음 대선의 후보들과 그 캠프의 구성원들은 내 지인의 한숨처럼 뒷감당을 걱정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