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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사람

<동행취재> 자전거동호회 ‘수지자전거마을’

자전거를 타는 아름다운 ‘동행’

   
▲ MTB 즐기는 사람들 …신뢰와 리듬으로 뭉친 동호회 2005년부터 로드·산악 ·여행 등 다양한 투어 호응

“인생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 균형을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멈추거나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페달을 움직여야 하는 자전거 타기의 원리를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인생에 비유한 말이다.
영국 BBC 라디오 방송이 청취자 4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1800년 이후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자전거가 선정된바 있다. 전체 투표자 중 절반 이상인 59%가 자전거를 선택했다고 한다. 2위는 트랜지스터, 3위는 유도 전동기, 4~5위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각각 6%와 4%를 차지했다.
자전거는 설계의 단순함, 그리고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인기다. 건강을 지켜주는 것은 물론 친환경 제품이다 보니 레저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용인지역 최대 규모의 자전거 동호회로 자리매김한 ‘수지자전거마을(이하 수자마·회장 정규선)’. 인터넷 카페(cafe.daum.net/sujibike)가입 회원만도 1200여명. 이중 일반, 우수, 정회원이 무려 400여명을 육박한다. 매일 방문객도 수백여 명에 이른다.

기자는 수자마 동행취재를 위해 지난 달 28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 투어에 합류했다. 로드 라이딩 외에는 마을 뒷동산에 두어 번 갔던 게 전부였으니 겁 없는 도전임에 분명했다.  수자마 공지판에는 도로와 임도를 경유하는 난이도 초·중급의 코스로 초보자도 환영한다고 올라와 있었다. 주위의 우려 섞인 만류를 외면한 채 “그래, 일단 한번 가보자”고 나름 자신만만한 결정을 내렸다.

오전 9시30분. 수지구 죽전동 탄천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 집합 장소인 분당 구미교 밑으로 갔다. 수자마 정규선 회장을 비롯한 동호인 20여명이 속속 도착했다. 간단히 소개를 받고, 회원들은 닉네임으로 인사를 한 후 출발했다.

 
   
 
 

이 지역 자전거도로는 용인 탄천부터 서울까지 이어져 있다. 지난 해 여름, 용인 처인구 지역을 출발해 서울 한강까지 왕복 라이딩 경험이 있었던지라 낯익은 길이다. 하지만 분당 어디쯤부터 임도를 타기위해 방향이 바뀌었다. 인솔자와 선두그룹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달렸지만, 시작부터 버거운 느낌이었다. 자전거 속도계를 보니 시속 30km를 육박했고, 임도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즐거운 표정의 클럽 회원들은 간단하게 물과 초콜릿 등의 간식을 나눠먹고, 본격적인 산악 라이딩이 시작됐다. 처음엔 만만하게 생각했던 여성 회원들이 선두를 앞 다퉈 달렸고, 임도에 올라 갈 때는 기합 소리까지 내며 끝내 정상까지 올라오는 것 아닌가.

기자는 이미 시작부터 초보자임이 들통 난지라 회원들이 번갈아가며 친절하게 지도해줬다. 안전교육팀장인 심영섭(닉네임 심마니)씨의 자상한 가르침이 계속됐고, 카페지기 이민호(미노)씨가 수자마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2005년 창립된 ‘수지자전거마을’동호회는 회비가 없다. 일반 정기모임이나 라이딩 후 식대와 경비는 서로 공평하게 나눠 내고, 남는 것이 있으며 차후 필요경비로 쓴다. 라이딩도 거의 매일 있다. 대부분 번개 모임으로 이뤄져 희망자들이 나온다. 정기모임은 매월 셋째주 토요일이다. 죽전에 있는 수자마 지원숍에서 주로 모인다.

최근엔 수자마의 자랑거리가 많다. 얼마 전 제7회 메리다컵 100km오디 MTB마라톤에 출전한 김기성(흑마)씨와 이정민(땡크)씨가 우수한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달에는 속초라이딩 투어에 30여명이 참석했고, 제2차 280km MTB랠리에 13명이 출전 준비 중이다. 초보자들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대회임에 틀림없다.

 
   
▲ 100km오디 MTB마라톤에서 공동 우승한 김기성씨와 이정민씨.
 
 

그만큼 클럽 내에 프로급 선수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아무리 프로급이라해도 클럽 회원들의 아낌없는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원조를 편성해 자원봉사를 한다.  그렇다고 전문가들만의 클럽은 절대 아니다. 남녀노소 연령대가 다양하기 때문에 라이딩 수준과 종류도 다양하다. 늘 열려있는 카페를 통해 수준에 맞는 모임에 나가면 된다.

아름다운 자연에 매혹되어

적동 임도에는 화사하게 핀 찔레꽃이 눈에 들어왔다. 반복되는 업다운 힐 때문에 힘은 들어도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매혹되었다. 어떤 여성 회원이 기자와 보조를 맞춰가며 수자마 자랑을 한다.

“라이딩 투어는 신뢰와 리듬이 중요합니다. 저희 수자마는 신뢰와 리듬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클럽입니다.” 길고 위험한 투어를 위해서는 절대적인 신뢰가 있어야 하고, 리듬을 타야 안전한 동행이 된다는 뜻이리라.

그런데 막바지 내려오는 길에 사고 발생. 다른 사람도 아닌 동행취재를 하겠다며 따라온 기자가. 무사고의 해를 선언한 수자마 클럽에 이런 민폐를….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덕분에 이것저것 많이 배웠다. 새로 장만한 자전거도 몸에 맞게 조정했고, 겸사겸사 MTB입문 신고식을 한 셈이다. 어쨌거나 동행취재기자가 취재원이 될 뻔한 사건이었다. 창피했지만, 속으로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미안하고 감사했다.

분당~오포를 거쳐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도착한 곳은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능원리 ‘황소고집’. 불과 4~5일 전에 지인들과 막걸리를 마셨던 곳을 이렇게 다시 찾게 될 줄이야, 어쨌거나 반가웠다.

점심 시간이 되어서야 클럽 회원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모자와 고글안경을 벗고 나니 연령층도 다양했다.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했다.

여성회원들에게 자전거 타기 경력을 물어보니 1년차부터 4년차까지였다. 그런데 기자가 보기엔 모두 프로급이었다. 자전거 타기의 장점을 물어봤다.

 
   
▲ 수지자전거마을 여성 회원들이 라이딩 후 즐거워하는 모습.
 
 

“무엇보다 몸매가 좋아져요, 군살이 빠지니까. 그리고 부부간 대화가 많아져요, 갱년기에 좋은 것 같아요. 하하하.”

하긴 MTB를 즐길 정도면, 보통은 아니리라. 처음엔 남편들 따라 식사하러 왔다가 자전거를 타게 됐다는 이들. 이젠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자전거 마니아들이 됐다.

“어젯밤에도 늦게까지 자전거 이야기하다가 잠들었어요. 호호”
어느 여성회원의 솔직한 말이다. 이번 라이딩에 참석한 여성 회원들은 대부분 부부회원들이었다.

점심까지 먹었으니 이제 해산할 줄 알았더니 일부 회원들은 그 와중에 산을 더 탄다며 코스를 바꾼다. 나머지 일행은 죽전 대지고개를 넘어 죽전 단국대 인근에 있는 수자마 지원 숍에 도착했다.

이번 투어는 당초 예고된 코스와는 조금 변경되어 구미교를 출발, 탄천~모리아산기도원~적동임도~강남300~광주 오포~용인 모현~대지고개~죽전으로 돌아왔다.

자전거의 장점을 꼽으라면 ‘느림의 미학’이다. 자전거를 타면 어디든지 갈수 있고, 자동차를 탈 때 보지 못했던 다양한 풍경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 그런데 수자마 동행취재를 통해 새롭게 느낀 것은 동호회원들의 신뢰와 리듬, 그리고 도전 정신이었다. 인생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했던 아인슈타인의 말을 교훈삼아 수자마의 아름다운 동행을 생각해본다.
<김종경/ 본지 발행인 iyongi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