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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동성 답사기

중화사상의 원류 공자 맹자의 고장을 찾아(上)

용인문화원에서는 지난 12월 2일부터 6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산동성 역사문화유적 기행을 다녀왔다.

중국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황하강 유역을 비롯해 약 2,500년 동안 중국 역사를 지배한 중화사상의 원류인 공자, 맹자의 고장을 찾아 우리나라와 중국의 오랜 역사적 관련성을 되짚어 보고 최근 세계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바르게 이해하는 기회를 갖자는 취지에서 본 답사를 기획했다. 이번 답사에는 문화원 임원 및 회원 15명이 참여하였다.

첫날 인천공항에서 8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출발한지 1시간 10분 만에 청도(靑島)에 도착했다. 중국은 우리나라 보다 1시간이 늦어 바뀐 중국 시간으로 8시 40분이었다. 첫 답사지인 치박(淄博)까지는 버스로 4시간이 걸렸다. 치박은 2500년 전인 춘추전국시대에 가장 번영했던 제(齊)나라의 수도로서 문물과 고적이 여기저기 분포 돼 있는 ‘지하 박물관’이라 일컬어지는 곳이다.

첫 답사지는 고차박물관(古車博物館). 서안(西安)의 진시황 병마용갱과 비견되는 제나라 유적으로, 1990년 제남-청도 간 고속도로를 건설하다가 우연히 발굴하였다고 한다. 아래층에는 2600년 전 춘추시대 때 전쟁에 사용하던 전차 10량과 말 32필이 화석이 된 채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장군의 무덤을 조성하면서 수레와 함께 말을 순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층에는 다양한 고대의 수레를 복원해 전시해 놓았다.

이어서 찾아간 곳은 제나라 역사박물관(齊國歷史博物館)이다. 임치에 위치한 제나라 관련 역사박물관으로 당시 수도였던 임치의 옛 성을 재건한 건축물을 전시관으로 사용했다. 총면적이 2600㎡로 모형, 조각, 모래로 만든 지형, 벽화, 조명, 전기장치, 음향, 영화, 텔레비전 등 다양한 장치들로 꾸며져 중국 10대 특이한 박물관 중의 하나로 꼽힌다. 15개 전시실로 나누어 수 백 점의 진귀한 문화재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제나라 시조인 강태공부터 춘추 오패의 한 사람이었던 환공, 그리고 관중, 안영, 손무, 손빈 등을 만나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강태공 사당
이어서 제나라의 시조인 강태공(姜太公) 사당을 찾았다. 강태공은 12세기 주나라 사람으로 낚시질을 하다가 만난 文王을 도와서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그 공로로 제나라의 제후로 봉해진 인물이다. 그가 미늘 없는 낚시질을 했던 이유는 큰 뜻을 품고 때가 오기를 기다린 것이라는 유명한 말이 전해 온다. 입구 쪽에 사당을 짓고 영정을 모셨으며, 사당 안쪽으로 들어가면 묘와 묘비가 있다. 봉분은 너무 커서 마치 동산과 같은데 봉분 위에 잡초는 말할 것도 없고 나무까지 자라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강태공은 우리나라 진주강씨(晉州姜氏)의 시조일 뿐만 아니라 평해구씨(平海丘氏), 광산노씨(光山盧氏)의 시조로도 받들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당 한 켠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방문 사진이 걸려 있었다.

첫날 마지막 일정으로 찾아간 곳은 치박 중국도자박물관이다. 치박은 도자기 생산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 중국도자박물관

1990년부터 중국치박도자유리예술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는데, 세계 도자 비엔날레를 열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특히 2000년에 우리 용인에서 마순관, 김용문씨가 중심이 되어 개최했던 세계막사발장작가마 페스티벌을 2005년부터 이 박물관에서 유치해 개최하고 있다고 하니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빼앗긴 느낌이 들어 씁쓸했다. 분명 막사발은 한국 서민들의 밥그릇, 국그릇이었다. 다만 김용문 선생이 제작한 막사발이 별도로 전시되고 있었다. 중국 도자 박물관에는 선사시대 토기부터 현대 첨단 우주 항공과학에 사용되는 세라믹 제품까지 모든 시대에 걸친 다양한 도자기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 규모도 엄청났다. 세라믹을 이용해 만든 공자상도 있었고 지름이 2m에 육박하는 대형 접시, 쥐와 소 등 12지의 동물을 묘사한 도예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또 수 백 명이 모여 도자기를 만드는 모습을 재현한 모형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답사 이틀째는 산동성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제남(濟南)을 찾았다. 제남은 과거 노(魯)나라의 중심지였으며, 유명한 샘(泉)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북국의 풍광을 띤 하얼빈을 빙성(氷城), 사계절 푸른 곤명(昆明)을 춘성(春城)이라 하듯이 제남을 가리켜 천성(泉城)이라 했다.

   
▲ 황하-1

   
▲ 황하-2

먼저 중국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황하(黃河)를 찾아갔다. 하지만 자욱한 안개 때문에 인근 유역은 둘러보지 못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황하는 그 길이가 617Km로 양쯔강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다. 황하의 물 한 사발을 뜨면 반은 모래라 할 정도로 황토고원지대에서 쓸려 내려오는 엄청난 양의 진흙과 모래로 인해 황하(黃河)라는 이름이 붙었다. 매년 황하의 중류에서 하류로 떠내려 오는 진흙과 모래가 16억t이나 된다고 한다. 하구인 발해만에 쌓여 매년 평균 23㎢의 새로운 땅이 만들어 지고 있다. 중국 고대문명의 중심지이면서 한문화(漢文化)를 잉태한 황하를 자세히 둘러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 산동성박물관
황하를 뒤로 하고 그 문명이 남긴 흔적을 보기 위해 산동성박물관으로 향했다. 산동성박물관은 1,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박물관으로, 웅장한 건축물은 중국의 대국적 풍격을 과시하려는 듯 한껏 폼을 내고 있었다. 박물관의 소장품 대부분은 산둥성 지역에서 출토되었거나 전해져 오는 진귀한 물품들로 50만년 전 원시인의 뼈와 치아 화석을 비롯해 신석기시대의 채석기와 백기 같은 유물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5천년의 역사를 지닌 갑골문자는 무려 5,000여 점으로 중국 내에서 가장 많다고 했다. 또 수많은 고대국가의 문물과 <손자병법> 등 중국의 10대 고서도 우리의 발길을 붙잡았다. 위용을 자랑하는 건축물과 어마어마한 수장품, 그리고 현대화된 전시방식 등 산동성박물관은 그야말로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동시에 왜소해진 내 모습을 자꾸 돌아보게 했다.

둘째날 마지막으로 답사한 곳은 샘의 도시, 제남을 상징하는 천성광장(泉城廣場)과 흑호천(黑虎泉)이었다.

   
▲ 천성광장
동서로 780m 남북으로 230m인 천성광장의 넓이는 17만㎢나 된다. 중국의 전통건축양식인 대칭격국(對稱格局)으로 구성되어 있는 광장은 Green개념의 설계와 조명장치 등이 주변의 명천(名泉)과 잘 어우러져 상당한 품격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문화의 중심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천성광장 양쪽에는 흑호천과 표돌천이 연이어 위치하고 있는데, 우리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동편의 흑호천만 탐방했다.

   
▲ 흑호천
흑호(黑虎)는 한자 그대로의 음훈을 떠올리면 검은 호랑이의 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백호(白虎)는 들어봤지만 흑호(黑虎)는 들어본 적이 없다. 사전을 찾아보니 몸이 작고 주둥이가 검으며 다리에 아롱진 점이 있는 개구리를 흑호라 한단다. 그러고 보니 중국인들의 작명 방법이 참으로 기발하다. 흑호천을 들어서니 겨울인데도 푸른 버드나무 가지가 흐느적거리고 긴 수로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이채롭다. 주변을 운하처럼 만들어 가로수를 세우고 중국 전통 스타일의 아치형 다리 옆으로 배를 띄워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여기저기에 놓인 우물 모양의 구조물을 들여다보면 몇 개의 샘구멍에서 물이 뿜어 나오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이 샘이 수로를 통해 대명호로 연결된다고 한다.

제남에서의 이틀째 일정을 마치고 다음날 예정된 태산 등정을 위해 태안으로 향했다.

김장환 용인문화원 사무국장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