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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영유아 보육정책 이대로 좋은가’

   

정부가 올해부터 유치원 교육과정과 표준보육과정으로 나눠져 있던 만 5세아 과정을 ‘누리과정’으로 통합, 일원화했다. 하지만 유아교육 및 보육 현장의 불만은 그대로다. 정부지원의 형평성과 교육의 질, 교사 인건비 등 개선돼야 할 부분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영·유아 교육 일선에서는 여전히 이원화 돼 있는 교육과 보육정책이 영유아 교육환경 개선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용인신문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보육정책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

1. 보육, 무엇이 문제인가.

2. 선진국의 보육환경.

3.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한 대안책.

현실에 맞는 보육정책 개념 ‘재수립’ 필요

보육시설 범위 확대 필수

최근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무상복지 정책이 방향성을 상실해 실제 필요한 복지정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절책들에 대한 불신은 여전한 상황이다. 재원조달 방안 등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 증액을 통한 보육 복지 향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부모들과 보육시설들은 정부 보육정책의 개념부터 다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육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시설’에 자녀를 맡기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진행하는 5세 누리과정은 여기에 들어가는 돈을 국가가 대신 내주겠다는 것이다.

양육은 부모가 직접 자녀를 키우는 경우를 말한다. 양육수당이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직접 키우는 경우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보육’에 집중돼왔다. 보육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경제행위이지만 양육은 가사노동으로 간주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육’에 대한 정부 지원은 상대적으로 인색하다. 0~2세 어린이에 한해 빈곤층(차상위계층)과 장애아 등 일부에만 양육수당을 주고 있다. 금액도 0세 20만원, 1세 15만원, 2세 10만원 등이다. 내년부터는 소득 하위 70%로 대상 범위가 확대되지만 특수 계층이 아닌 중산층에는 10만원만 지급된다.

부모들은 보육비 지원의 범주를 넓혀달라는 입장이다. 보육시설 외 교육기관 또는 육아도우미 등에 대한 지원도 함께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만 0세 아이들은 보육료를 무상으로 지원받지만 상당수 부모들은 믿고 맡길만한 보육기관을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용인지역 실정도 마찬가지다. 10곳의 어린이집에 만 0세 아이의 보육 신청을 문의한 결과 받아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0세 아이를 둔 이윤주(24·동백동)씨는 “아이를 맡기려니 받아준다는 시설도 없고 대부분의 시설이 0세 아이는 기피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근데 또 안 보내려니 나만 손해 보는 기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즉, 국민들로부터 정부 보육정책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방법이 제시돼야한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보육시설 범위에 대한 개념도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모가 직접 아이를 키우는 양육은 물론, 가정에서의 육아도우미, 사회단체 등도 보육의 개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

* 국·공립 시설확충 ‘필요’

민간의존 정부정책 … 결국 저출산으로

2010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보육시설은 총3만8021개다. 하지만 각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설립·운영 중인 국·공립 보육시설 2034개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보육정책은 결국 민간보육시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즉, 보육정책이 민간의 경제개념에 따라 당초 목적을 퇴색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일선 보육시설들은 보육료와 추가로 받을 수 있는 필요경비 외에도 각종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추가비용을 받고 있다. 현행법 상 보육료 및 필요경비 외의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다수의 보육시설들은 어쩔 수 없이 추가비용을 징수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추가 교육프로그램 요구가 드세기 때문이다. 지역 내 한 보육시설 운영자는 “불법인줄 알지만 부모들의 요구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으면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고 했다. 상호 경쟁관계에 있는 보육시설들은 이 같은 추세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2011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보육료 외에 추가로 징수하는 ‘특별활동비’가 지역에 따라 최대 8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정한 특별활동비 상한액 기준도 부유층이 밀집한 강남 지역이 높았다. 어린이집도 사교육과 마찬가지로 지역에 따라 학부모 부담액의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적 여건이 따르지 않는 차상위 계층 또는 저소득층 자녀들은 입소할 수 있는 보육시설 수가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를 목적으로 추진된 민간 보육시설위주의 보육정책이 입학 전 아동들의 사교육으로 이어진 셈이다.

여성계 관계자는 “사교육을 포함한 보육비 부담이 높은 보육환경이 예비부모들로 하여금 ‘한아이만 낳아서 제대로 키우자’라는 인식만 부추겨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전문가들은 “보육정책의 경우 정부정책을 따라 줄 만한 (국·공립시설)인프라 부족이 매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며 “공공재원 활용을 통한 시설확대 방안은 물론, 보육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또는 사회단체 등의 보육시설 투자 등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행법 상 국내 기업의 보육시설 설치 의무는 근로자 수 500명 이상(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포함)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국·공립 보육시설에 대한 지자체 재정지원도 변화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현재 국·공립 보육시설의 정부 및 지자체 예산투입 비율을 각각 50%다. 하지만 이는 지자체 재정상황에 따라 큰 부담으로 작용될 수 밖에 없다. 각 지자체 별 재정현황 및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

보육교사 처우 개선 시급

일선 보육교사들의 처우개선도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올해 도입되는 누리과정 담당교사들에게 차등적인 수당을 지급키로 했다. 5세 아동 교사는 처우개선비 월 30만원, 4세 이하 아동 교육교사는 교사환경비 월 5만원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민간 어린이집 교사들은 그동안 정부에서 별도의 수당도 받지 못하고 같은 연령대의 아이들을 돌보면서 월 평균 30∼40만원의 정부 수당을 받아온 유치원 교사나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들과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목민숙(사과나무 어린이집 원장) 용인시 어린이집연합회 부회장은 “정부가 보육교사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아이들을 직접 돌보는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보육의 질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실제로 보육교사 대부분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에, 하루 평균 근로시간이 10시간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수한 인력들은 유치원이나 국공립 시설로 몰리게 마련이고, 민간 보육시설에 남은 교사들도 대부분 의욕 없이 어린이집 원장이 되기 위한 ‘경력 쌓기’ 차원에서 참고 견디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처우개선비를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시설 종사자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현재의 저임금 구조 자체를 고쳐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평균 임금은 2010년 기준 126만1000원이다.

가정형 어린이집은 이보다 더 낮아 100만 원 선이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5시간이지만 실제 일하는 시간은 12시간에 가깝다. 저임금에 노동시간이 길다 보니 젊은 보육교사들이 견디지 못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목원장은 “각종 안전사고나 폭행, 위생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교사 자질 향상과 근무 여건 개선이 필수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동취재 <이강우 hso0910@hanmail.net> <김혜미 haem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