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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문화유산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관심 있는 유적지는 문화재 지정 안됐어도 축제, 관광자원화 모색해야

21세기는 문화재가 관광자원이다. 용인문화원도 전국역사문화기행단을 이끌며 전국의 명승고적을 찾아다닌다. 고풍스럽게 역사적 가치가 느껴지는 곳을 방문하면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탄 기분이 들고 마음이 뿌듯해 진다.

그런데 어느 자치단체는 이렇다 할 문화재나 상징물이 없어 고민하다가 21세기형 축제 등을 새롭게 만들어내 히트를 치는 경우가 있다. 과거 부천같은 경우 한때 관광문화자원을 고민하던 중 부천만화축제나 전통문화축제 같은 대형 축제를 고안해 냈다.

   
▲ 그간 단절됐던 백암 백중행사를 재현한 백붕문화제 장면
반면, 용인 같은 경우는 관광문화상품으로 끌어낼 수 있는 자원이 무수하다.

유형문화재만 180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가지정문화재가 78개이고, 경기도지정이 50개, 용인시향토유적이 52개다. 가히 역사문화도시라고 할만하다. 아직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들도 있으니 그들까지 더해지면 더욱 많은 문화재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아직 어느 하나도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는 것은 찾아내기 어렵다.

물론 이들 문화재가 모두 일반인의 관심을 끌어 자원화 할 수는 없다. 자원의 옥석이 가려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용인하면 꼭 가보고 싶은 유적지, 관련된 축제 등으로 손꼽히는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용인에는 관심을 끌만한 매력적인 유적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관심밖에 묻혀 있는 것일까.

용인의 과제는 현재 문화재 지정은 안됐더라도 충분히 관광문화자원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을 끌어내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사주당묘역과 아들 유희선생 묘역, 그리고 허균묘를 비롯해 허난설헌 시비가 있는 허씨5문장 가족 묘역 등에 관한 관리를 들 수 있다.

   
▲ 모현자연휴양림과 인도 연결 중 예산 부족으로 중단된 이사주당 묘역.
조선시대 여성 실학자로 꼽히는 이사주당은 태교와 관련한 전문서인 태교신기를 집대성한 분으로 현재 그의 남편 유한규의 고향인 모현면 한국외국어대학교 노고봉에 부부 합장묘로 돼 있다.

이사주당은 최근 용인 지역에 이사주당기념사업회가 구성되고 이사주당의 업적, 태교신기 등이 홍보되기 시작하면서 임신부나 임신을 앞둔 사람, 임신을 고대하는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한다.

그런데 현재 묘역으로 올라가는 산길은 물론 묘역도 제대로 정비가 돼 있지 않다. 기념사업회 측은 지난 여름 문중과 문화재 지정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문중에서 반기지 않는다.

용인시에서는 문중이 원하지 않는 곳을 지정할 수 없으며, 어떤 지원도 근거가 없어 힘들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원조성과에서 모현면 자연휴양림과 이사주당 묘역을 연결해 태교의 길, 태교의 숲, 쉼터 등 태교 체험교육이 가능토록 인도 연결을 구상, 일부 추진했지만 현재 예산 부족으로 중단된 상태여서 언제 제기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다.

부모 묘역 바로 근처에 역시 언문지로 유명하지만 대단한 실학자로 재평가되고 있는 아들 유희의 묘역도 있다. 어머니 이사주당과 아버지 유한규의 태교로 태어난 조선의 천재 아들이 함께 관리가 된다면 요새처럼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시대에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꼭 문화재 지정이 아니더라도 인도를 만들고 주변을 조금만 정비하면 훌륭한 관광자원, 관광축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방법이 있더라도 용인시는 적극 고려 대상에 포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허균 , 허난설원 등 문장에 뛰어난 허씨 5문장 가족묘역.
허난설헌 허균이 워낙 시와 소설로 유명하긴 하지만, 아버지 허엽과 허난설헌의 오빠인 허봉, 허성 형제도 글재주가 뛰어나 함께 허씨 5문장으로 꼽히는 양천 허씨 묘역이 원삼면 맹리에 있다. 허난설헌 묘만 가까운 광주에 있고, 대신 허난설헌은 시비가 세워져 있다.

낮은 봉우리 아래에 이끼 낀 석물들과 함께 죽 늘어서 있는 모습이 가히 답사해볼만한 곳인데, 이정표도 없어 찾기 어려운 지경이다.

집안에서 역시 문화재 지정을 원치 않는다고 하지만, 일반인에게 알려지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곳이란 생각이 든다.

최근에 용인문학회에서는 용인의 문학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명한 시인 소설가 등이 용인에 많이 잠들어 있음이 이 작업을 통해 새롭게 알려졌다. 남구만은 익히 알려졌지만, 최남선 묘역은 이번에 처음 찾아졌고, 그밖에 박목월 박완서 전혜린 등 무수한 유명 문인이 잠들어 있다. 허균 묘역을 비롯해 이런 문학인 묘역을 엮고, 문학관 등을 만든다면 좋은 관광 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용인에는 고려백자요지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수북히 쌓인 갑발을 보면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상상이 되는 곳이다.

이런 곳을 기반으로 훌륭한 축제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말 시민들이 가까이 느끼고 필요성을 느끼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내용을 이미 한껏 보유하고 있는 이런 명소들이 관심 밖에 있는 것이 정말 아깝다.

   
▲ 약천(남구만)문학제 행사.
남구만의 본거지가 용인임에도 강릉에 얼마간 머물렀다는 이유만으로도 문학관을 짓고 공원을 조성한 강릉시의 적극적인 마인드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한편 처인성의 경우 방문객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오는 2014년 용인 600년을 앞두고 몇몇 대형 사업이 추진 중이어서 이런 정비 사업이 끝나면 어느 정도 관광 효과를 거두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대형 문화재 정비 사업으로는 처인성 주변 주차장 등 편의시설 정비 사업을 비롯해 할미산성 복원, 서봉사지 발굴 사업 등 굵직굵직한 사업이 눈에 띤다. 분명한 것은 어떻게 홍보하고 관광객을 끓어 들이느냐는 준비와 계획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다.

더 늦기 전에 용인의 문화재 등 의미를 부여해 관광문화자원화 할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