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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처인구, 고교평준화가 교육재앙 될수도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정부는 1970년대 후반 서울 강북 인구 감소정책으로 강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최고 학군으로의 위장전입 등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했던 곳이 강남구와 서초구였다. 이른바 제8학군으로 불리는 이 지역은 몇몇 명문고가 이전해오면서 신흥 명문이 탄생된 곳이기도 하다.

고교평준화 이후 서울대학교 등 명문대 진학률이 한 고등학교에서 100명 이상이 나오는 등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음을 기억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고교평준화가 학군의 서열화와 부동산 투기까지 조장하는 등 각종 폐해의 원인이 되었던 셈이다. 평준화의 목적과는 맞지 않는 사례일수도 있지만, 아예 처음부터 고교평준화 조건이 되지 않는 처인구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기피지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중요한 것은 2015년부터 용인시 고교평준화 도입이 기정사실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첫해 고교평준화에 해당되는 현 중학교 2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지역사회는 무관심이다. 당장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나 초등학교 학생들도 피해자가 될수도 있는데 말이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처인구 주민들은 고교평준화 제도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 지방의원들을 비롯한 정치인들도 고교평준화가 무엇인지, 왜 용인교육사랑회에서 학교 신설과 평준화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는지 말이다. 심지어 김학규 용인시장까지 공약사항이었던지라 고교평준화 도입을 환영하는 보도자료까지 냈다는 사실에 처인구 학부모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인구 밀집 도시지역만 용인시민이란 말이냐고 격앙된 분위기다.

고표평준화는 처인구처럼 중학교에 비해 고등학교 수가 턱없이 부족한 곳에는 맞지 않는 정책이다. 처인구의 경우 현재에도 학력 수준이 낮은 학생들은 처음부터 일반계고를 포기하고 특성화고를 찾아가거나 타 지역으로 가고 있다. 처인구민들은 반세기 이상을 타 지역 명문고를 찾아 떠나거나 유학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평준화 도입에 찬성한 부모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듣노라면 아이러니다. 평준화를 도입하면 이 같은 문제점들이 일소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 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특목고나 자사고 등의 학교를 찾아 떠난다. 교육의 양극화 현상 또한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수지구에서는 학력수준이 높은 인재들이 특정학교로 편중되기 때문에 고교평준화를 원하는 학부모들이 생겼다. 다만 중학교와 고등학교 비율이 맞기 때문에 기본적인 학교시설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도시지역에서 시골지역으로 배정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대신 처인구는 학교시설 인프라, 즉 출발점부터가 다르다는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

필자가 반복해서 고교평준화를 비판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처인구 지역의 정치인들이나 학부모들의 무지와 무관심 때문이다. 처인구는 평준화 도입이 자칫 교육 재앙으로 이어질수도 있다. 고등학교 1곳 신설을 약속 받았다지만, 평준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지역임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고교평준화가 도입될 경우 지금보다 더 일찍부터 인재 유출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처인구 주민들은 강남8학군을 꿈꾸기보다는 교육기피 지역으로 분류되는 것을 더 걱정해야 한다. 지금도 도농 격차가 큰 상황에서 평준화 도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