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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넘치는 '김량장'가는길, 객차에는 설레임 가득

용인경전철 타고 용인재래시장'100배 즐기기'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용인경전철. 이젠 용인의 명물로 만들어야 한다. 본지는 앞으로 경전철을 통해 동서화합과 교류를 이뤄낼 수 있기를 바라며, 용인경전철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기획 특집을 마련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10월15일. 무슨 특별한 날이었냐고요? 달력을 보니 ‘독도의 날’이네요. 아니라고요? 그럼, 무슨 날이죠? 용인사람들은 의례히 ‘장날’을 떠올린답니다. 달력에도 없고 용인시장이 홍보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혹시 용인시민 중에서 아직도 오일장 구경을 못하신 분이 계신가요? 용인에 이사 와서 일 년만 지나면 오일장 매력에 푹 빠진답니다. 아직까지는 처인구 이야기일지 모르지만요. 도농복합시인 용인시 특성상 도시지역 아파트에 사는 수지구나 기흥구 주민들 역시 주말이 낀 장날, 용인오일장을 방문할 경우 산교육장임을 깨닫게 됩니다.

노점상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오일장은 기존 용인중앙시장(상설시장) 상인들과의 갈등도 꽤 있었지만, 속내를 보면 상생의 의지가 더 강한 것 같습니다. 무려 100년 이상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장터를 없애기가 쉽진 않아 보입니다. 이젠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신청이라도 해야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김치와 김장문화가 유네스코에 등재될 예정이란 소식을 들으면서 조심스럽게 생각해 봤습니다. 만약 단독으로 어렵다면 우리나라 유명 오일장들을 모아서 공동 등재를 신청하면 어떨까요?

그동안 기자가 취재 중에 만났던 임권택(기흥구 보정동 거주)영화감독도 용인오일장 구경을 자주 오신다고 하더군요. 소설가 송영(당시 용인거주)씨도 기자가 용인오일장을 소개했더니 장터 근방에 집하나 구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녁 무렵 고무신 신고 아무 때나 장 구경을 나오고 싶다”고 말입니다. 그만큼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난다는 이야기죠. 어쨌거나 기존 중앙시장과 오일장은 미우나 고우나 한 몸으로 한배를 타고 있는 셈이죠. 지난 추석 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용인중앙시장을 깜짝 방문해서 상인들의 기를 살려주기도 했답니다.

   
명사들도 용인오일장 자주 찾아


아! 용인장날이 언제냐고요? 관공서와 일부 장꾼들은 좀 세련되게 ‘용인민속재래시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용인오일장=김량장’은 매월 5,10,15,20,25,30일이랍니다. 큰 비나 눈이 오지 않으면 한 번도 거르질 않습니다. 아무리 큰 대기업 유통센터가 들어와도 장터를 찾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물론 재래시장은 타격이 크지만 오일장은 아직도 건재합니다. 오일장은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일원에서 좌판을 펼칩니다. 무려 2km 내외로 생기고 있으니 전국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옛날부터 용인 오일장은 ‘김량장’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구전에 의하면 ‘김량’이란 사람이 처음 장을 세워 ‘김량장’이 됐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신빙성이 없습니다. 왜냐면 ‘김량=금량’이란 어원의 뿌리를 찾다보면 고려시대까지 올라가거든요. 아무튼 더 그럴싸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참고로 팁을 더 드리자면 성남 모란장은 바로 하루 전날이고, 용인 백암장은 바로 다음날입니다. 용인 김량장이 5일이니까 성남 모란장은 4일, 백암장은 6일이 되는 셈이죠. 다행히 백암장은 정겨운 시골 맛 때문에 기자도 가끔 갑니다. 최근 들어 백암면민들이 백중놀이를 부활시켜 그 의미를 더해하고 있답니다. 백암순대가 유명한 지역이라 그런지 나름 특색있는 먹거리도 꽤 있습니다. 백암장 인근에는 동양 최대의 야외식물원인 한택식물원이 있고, 백암장에 가는 길에는 와우정사, 용담저수지, 용인농촌테마파크 등 볼거리가 다양하답니다.

예부터 용인에도 크고 작은 장이 많이 있었지만, 현존하는 곳은 김량장과 백암장이랍니다. 수년 전 용인 이동면에서 송전장을 부활됐지만, 요즘 조용한 것을 보면 활성화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다시 김량장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도대체 김량장은 언제부터 생겼을까요? 용인 토박이였던 기자의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100세가 훨씬 넘으셨으니까 최소 100년이 넘은 장임에 틀림없습니다. ‘김량장리’라는 명칭은 1914년 행정구역명 개편 때 생겼다고 합니다. 그것도 내년이면 100주년이네요. 기자 역시 어릴 적부터 할머니 손을 잡고 이 십리 길을 걸어서 김량장 구경을 나왔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인근에는 우시장도 있어 아버지를 따라서 갔던 적이 있습니다. 현재 오일장이 들어서는 금학천 변에는 70년대 초까지 협궤열차 수여선이 다녔답니다. 시커먼 연기를 내품으며 궤적소리를 내던 협궤열차를 보았던 기억이 어렴풋합니다. 공교롭게도 지금은 그 자리로 최첨단 시설의 무인 용인경전철 에버라인이 다니고 있답니다.

   
협괴열차 대신 경전철 달리는 용인오일장터


뜬금없이 오일장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경전철과 용인오일장을 한데 묶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카메라를 메고 경전철 기흥역부터 에버랜드까지 다녀왔습니다. 그 시간에 에버랜드를 가기 위해 경전철을 탄 일본 유학생(단국대)들도 만났고, 용인오일장을 보고 가는 어르신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왕복으로 경전철 몇 대를 타는 동안 평일임에도 탑승객들이 제법 있었지요. 경전철은 지금도 탑승객이 적어 말이 많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덕성산업단지만 제대로 들어선다면 처인구 인구가 크게 늘 것이고, 부동산 경기까지 살아날 수 있겠죠. 바꿔 말해 경전철 활성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환승요금 문제까지 해결된다면 경전철 문제도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몇 달 전 용인신문에 사진보도를 했던 것처럼 경전철 역이 코앞에 있음에도 강남대와 용인대 송담대를 다니는 수천 명의 학생들이 기흥역(전철)에서 학교 버스를 기다렸다 타는 것입니다. 왜냐고요? 일단 경전철은 아직도 환승 요금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환승통로도 개통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환승요금이 해결되면 판세 바뀔 듯

이럴 땐 용인시가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통을 무려 2년씩이나 미뤘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발등의 불을 끄지 못했던 것입니다. 핑계야 있겠지만 시민들은 답답할 뿐입니다. 진작 경전철 주식회사와 운임수입보조금(MRG) 협상이라도 제대로 했더라면 경전철에 대한 이미지가 지금처럼 부정적이진 않았을 겁니다. 최소한 환승 문제만이라도 미리 해결 했더라면 지금처럼 여론의 화살을 맞지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죠.

   
용인시는 이제라도 경전철 승객을 늘리는 사회적 운동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전철과 용인오일장, 그리고 다양한 관광지를 묶는 문화콘텐츠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예정대로 내년부터 환승요금이 적용될 경우 서울과 경기지역 2000만 명이 잠재적 고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한 달이면 여섯 번이나 열리는 용인오일장과의 연계만 생각해도 엄청난 희망이 생기는 것입니다.

용인경전철 종점인 기흥역에서는 한국민속촌, 경기도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가 코앞입니다. 반대로 전대 역에서는 에버랜드가 있습니다. 물론 세부적인 실행계획에 들어가면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겠지만 입지 조건은 문화콘텐츠로 개발하기에 매우 훌륭하다는 뜻입니다. 구술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뜻입니다. 일부의 지적처럼 지하철이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크지만, 언젠가는 용인경전철도 분명 명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봅니다. <김종경 기자 poet012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