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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공천제OUT"합창…속내는 복잡한 이해득실 계산

2014 지방선거,정당공천제 폐지될까

내년 6월 4일 치러지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가 다가오며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 입성을 노리는 지역정객들의 발걸음도 한 층 분주해 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표면화 된 움직임은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정당공천제 존치 여부에 따라 선거 판도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모두 기초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초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당초 취지와 달리 지역 국회의원들의 줄 세우기와 패거리정치, 금권정치 등으로 지방자치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지난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을 살펴보면 양 당 모두 하향식 공천제를 진행했다. 그렇다 보니 공천권을 쥐고 있는 힘있는 국회의원과 지역 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보스정치’가 또다시 부활했다는 평을 받았다.
두 차례에 걸친 정당공천제 시행은 10여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간신히 뿌리내린 지방자치를 후퇴시켰다는 비난과 함께 선거 때마다 논란의 중심이 돼 왔다.
그러나 중앙정치권은 ‘정당정치’를 이유로 지방의원들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왔다.

   
* 정당공천제 폐지 … 가능한가 ?

하지만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정당공천제 폐지가 중앙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했다. 여기에 공천제 폐지를 확약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민주당 역시 지난여름 당원투표를 통해 ‘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며 내년 지방선거의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공천제 폐지가 가시화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대선이후 꾸준히 중앙 정쟁의 중심이 돼 온 국정원 대선개입문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대화록 파문, 그리고 진보당 이석기 국회의원을 비롯한 진보당 인사들의 ‘RO 모임’ 수사 등이 이어지며 슬그머니 중앙 정치권에서 자치를 감추는 분이기다.

최근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공천제 폐지’를 다시 꺼내들었지만, 여의도 정가에서는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민주당 국회의원은 “당론으로 정해졌다고는 하지만 다수의 국회의원들은 공천제 폐지를 원치 않고 있다”며 “만약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된다 해도 의결될 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국회 보좌관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정당공천제 폐지는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에 반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단 내년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 전 법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공천제 폐지 여부를 포함한 제도개선 및 선거구 획정 등을 위해서는 최소한 선거 100일 전에는 개정된 법이 시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다수의 국회의원이 개별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대부분 법안심사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또 지난해 대선을 둘러싼 대치정국이 지속 중이고, 내년도 예산심의 등을 앞두고 선거법 개정문제가 화두로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 2003년 헌재 판정도 ‘걸림돌’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공선법 개정안이 상임위 등을 통과한다 하더라도 누군가가 지난 2003년 결정됐던 공천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2001헌가4전원재판부) 등을 근거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경우 법 시행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3년 공천제 폐지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 제8조를 근거로 “선거에 당하여 정당이냐 아니면 인물이냐에 대한 선택은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라며 “기초의회의원 선거에서 정당의 영향을 배제하고 인물 본위의 투표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입법의도는 그 정당성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당시 재판부는 “정당의 영향을 배제하고 인물 본위의 선거가 이루어지도록 하여 지방분권 및 지방의 자율성을 확립시키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기초의회 의원선거 뿐만 아니라 광역의회의원선거, 광역자치단체장선거 및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함께 통용돼야 한다”며 “기초의회의원선거를 그 외의 지방선거와 다르게 취급할 만한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는가를 볼 때 그러한 차별성을 발견할 수 없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즉, 현 정치권이 추진 중인 기초의원 및 기초자치단체장의 공천제 폐지는 헌법에 위배 된다는 것.
실제 진보신당은 지난 7월 민주당의 공천제 폐지 당론결정에 대해 “공천제 폐지를 추진하면 헌법소원 등 대응을 진행 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단체 등의 반발도 공천제 폐지에 암초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당공천제가 시행되며 각 정당의 여성 의무공천 원칙 등이 진행됐고, 이를 통해 여성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다수 배출됐기 때문이다.

   
* 현직 국회의원 속내가 ‘변수’

국회 일각에서는 공천제 폐지가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민주당의 경우 당원투표를 통해 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한 만큼 폐지를 주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건은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이다. 현재 새누리당 측은 공천제 폐지 여부에 대한 이렇다 할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공천제 폐지를 요구하는 야당 측 공세수위가 높아질 경우 어쩔 수 없이 공천제 폐지 입장을 밝힐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대통령의 공약 이행과 관련, 민주당 등 야당 측이 사실상 폐기된 대통령 공약인 기초노령연금 등과 함께 공세를 취할 경우 대통령과 청와대 입장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따라 새누리당 측이 당론을 결정해도 본회의 표결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천제 폐지에 대한 여·야 현직 국회의원들의 복심은 ‘반대’입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A 국회의원(3선)은 “공천제 폐지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국회의원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표결을 하더라도)당론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