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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석순 경기민요무형문화재 제57호 전수자

배움과 봉사, 그리고 나눔의 열정 ‘주부파워’

   
▲ 김석순 경기민요무형문화재 제57호전수자
“수지구 풍덕천동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보내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지난 2006년 수지 상현 여성의용소방대 가입을 권유 받고 가입한 뒤 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니, 가게에서의 생활이 전부였던 약간은 무료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봉사활동을 함으로써만이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다는 것이 이렇게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김석순 씨는 타카야수 동맥염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일반 잡화를 취급하는 작은 가게를 운영했고 집과 가게 외에는 일체 출입이 없었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여성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며 봉사를 시작한 그는 풍덕천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사랑나눔봉사단에도 가입해 장애인시설을 찾아다니며 입소자들의 수영을 돕는 것은 물론 어르신 말동무, 독거어르신 가정의 청소나 빨래 등 봉사를 이어가며 일상과는 다른 새로운 행복, 즉 도우며 함께하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2009년 어느 날, 민요를 함께 배워보자는 지인의 권유가 있었다. 그는 “민요를 배워 봉사에 접목할 수 있다면 훌륭한 재능봉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봉사의 종류를 늘리는 한편 민요를 배우는데 몰입하고 또 즐길 수 있다면 앓고 있는 타카야수 동맥염에도 훌륭한 음악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어울렸다”고 말했다.

민요를 배운지 4년째인 지난 2013년 11월, 드디어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인 이은주 경기민요 명예보유자의 전수자로 인정받게 됐다.

4년 만에 경기민요무형문화재 제57호 전수자로 인정받은 것은 힘든 배움의 길을 마다 않고 이를 악문 그만의 끔찍한 노력이 받쳐준 결과였다.

심사 때 공연할 12잡가를 인정받기 위한 반복되는 연습에 속은 울렁거렸고 어지럼증으로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인양 휘청거렸지만 막바지에는 1년 넘게 하루 4시간 이상의 연습을 빠지지 않고 전념했다.

심사 당일, 처음 접하는 공무원들의 참관과 전문가들의 심사는 그로 하여금 더욱 긴장하게 했지만 독하게 공부한 저력으로 최선을 다한 결과 당당하게 전수자로 인정받았다.

‘상현아라리요’란 단체는 민요합창으로 어르신들이 주로 머무르는 노인요양병원, 요양원 등 공간이나 단체들의 행사 등 초대되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주로 민요봉사를 하는 단체다.

김석순 전수자는 상현아라리요의 멤버로도 활동하게 됐고 요양병원 두 곳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민요봉사를 펼치고 있으며 각종 모임이나 단체 행사에 초대됐다. 신봉동 달집태우기 행사에 초대돼 공연한 것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다.

김 전수자는 “봉사에 눈을 뜨기 전에는 주위에서 성격이 까탈스럽다는 말을 듣곤 했다”며 “지금은 시설 입소자나 치매 어르신 등 대인 기피현상을 보이는 환자들까지도 오히려 내손을 잡으며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에 임하면 안아주고 만져주는 등 자연스런 스킨십으로 봉사자와 봉사 받는 자와의 안 보이는 벽을 허문다.
이렇게 활동을 하다 보니 가끔은 가슴이 찡할 때도 있어서 눈물이 핑 도는 경우도 생긴다.

그는 “안아줄 때 스스럼없이 안기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기 몸을 스치는 순간 깜짝 놀라는 아이도 있다”며 “스스럼없이 안기는 아이들 대부분은 몸에 상처도 없고 밝은 모습이지만 놀라는 아이들 대부분은 평소에 학대를 받은 듯 상처가 보이고 어둡고 두려운 표정이 보여 가슴을 아프게 한다”고 말했다.

가끔 생일잔치를 치르면 어르신들과 어우러지며 함께 춤도 추고 노래도 불러, 어르신들의 기분이 무척 업! 됐음을 느끼지만 무엇보다 기분 좋은 것은 김석순 씨 본인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행복에 이미 빠져 있음을 느낀다는 것이다.

김 전수자는 “민요를 접하고 난 뒤로는 봉사가 더욱 흥겨워졌고 까탈스런 성격도 많이 부드러워졌다”며 “무엇보다도 즐거운 것은 평생 끊지 못할 줄 알았던 스테로이드 복용을 멈추고도 불편함이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쉽거나 어렵거나 가리지 않고 봉사에 임하다 보니 한국소방안전협회에서는 방화 관리자 수첩을 제공하며 지속적인 봉사를 유도했고 경기도자원봉사센터에서는 우수자원봉사자증을 발급해주며 남양주 소재 축령산 자연휴양림과 오산시 물향기수목원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일반 놀이공원에는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도 베풀었다.

경기민요무형문화재 제57호 전수자인 김석순 씨는 요즘도 일주일에 3일 이상씩 평생학습 강의를 듣고 실습하며 자신을 가꾸고 있다.

김 전수자는 “전수자 위에 이수자, 그 위에 보유자가 있다”며 “이수자까지 돼서 후학을 키운다는 목표로 대학에 진학, 전문 과정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