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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의장단 선거, 그들만의 잔치인가?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자리다툼과 감투싸움으로 얼룩진 풀뿌리민주주의 현장인 용인시의회 의장단 선거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지방자치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는 무한대임에도 점점 부정적으로 확산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조차 후보시절 공약이었던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무공천 약속을 저버렸다.

야당도 대통령 공약사항을 지키라고 압박 공세를 벌였지만, 정치논리에 휩쓸려 막판에 무공천 선언을 스스로 철회했다. 여야는 모두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없었다. 그저 막연한 정치논리만 앞세워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셈이다.

최근 TV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닭치고’라는 새 코너가 방영되면서 시청자들의 호응이 뜨겁다. 정치와 무관해 보이는 이 코너의 등장 캐릭터는 망각의 동물로 상징되는 ‘닭’이다. 금세 이야기하고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장면으로 이어진다.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약속이라도 한 듯 공통적으로 현재의 국가지도자들과 정부를 떠올리고 있다. 혹시 머지않아 이 코너를 폐지하라며 압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이 또 다시 나오지는 않겠지….
제발 이럴 땐 코미디 ‘닭치고’를 따라 배워도 좋을 텐데.

우여곡절 끝에 개원한 제7대 용인시의회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필자는 제1대 지방의회부터 출입기자 자격으로 의장단 선거를 오랜 시간 지켜봐왔다. 따라서 문제점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기초의회는 의원 임기 4년 동안 통상 2년씩 전후반기 의장단을 구성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온전하게 의장단 선거가 치러진 적은 전무했다.
필자를 비롯한 의회 내부에서는 의장단 선거 때마다 다선 의원과 다수당, 그리고 연장자원칙을 지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충고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다선과 연장자 배려 등의 기본원칙조차 철저히 무시해왔다. 그 결과, 공직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조차 “의장단이 도대체 뭐 길래 저 난리를 치느냐”며 중앙 정치권의 축소판으로 변질된 지방의회의 구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원래 의장단 선거는 출마자가 없는 물밑 선거전인 교황식 선출 방식으로 치러져 논란이 컸었다. 이젠 선출 방식이 수정 보완됐지만, 오히려 그 결과는 더 한심한 상황이다. 의장단선거 후유증은 후폭풍 몰려와 총 27명의 의원들이 자칫하면 여야를 떠나 분당 현상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의원수가 한명 더 많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장단 선거 조율이 깨지면서 여당인 새누리당 신현수 의원에게 의장 자리에 넘겨줬다. 문제는 그에 대한 내부적 책임론과 문책론 등이 대두되면서 아직도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양보와 추대의 모습을 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앞대의 시의회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때마다 의장단에 대한 자리싸움과 감투싸움 만큼은 그토록 치열한지, 왜 그만큼 시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정활동은 못하는지 묻고 싶다.

이번 의장단 선거를 보면서 새삼 느낀 것은‘자업자득’의 진리다. 의장 선거에서 욕심을 냈던 당사자들은 분명 과거 의장단 선거에서 본인들이 어떤 모습과 행동을 보였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둬드렸다고 위안을 삼으면 편할 텐데, 아직까지 말도 탈도 많다.

그렇다고 현 의장단 선출 결과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고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우리 풀뿌리 민주주의가 언제나 제자리를 찾아 성장할 수 있을지가 걱정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