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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교황의 메시지 ……우리 사회에 큰 울림 되길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을 자세히 보면, 대부분 이 땅에서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위로의 시간이었다.

교황은 종교와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행보로 소외계층에 대해 따듯한 인간애를 한껏 보여주었다.

꽃피는 4월, 제주도 단체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을 포함한 500여명의 승객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3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 큰 사고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진바 없다.

국민들은 어이없는 참사에 한없이 울었고, 지금까지도 그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교황이 방문하는 날까지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특별법을 둘러싸고 난항을 겪었다. 아이들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이런저런 핑계만 대고…. 중요한 것은 눈물까지 흘리며 약속했던 대통령마저 침묵으로 일관해 유가족들 한숨만 더 커졌다는 것이다.

교황이 방문하던 날,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우리의 뜻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그들은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와 만남의 자리를 통해 “특별법 제정 논의는 철저한 진상조사라는 목적과 국민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주장, 교황으로부터 치유의 기도와 위로를 받았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확대됐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일수도 있겠지만, 국가의 책임이 먼저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오죽했으면, 가슴이 얼마나 아팠으면 귀한 손님으로 온 교황에게까지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을까. 여야 정치권이나 대통령은 왜 사태를 이 지경이 될때까지 방치했을까.

또 일부 일부 보수 언론들은 왜 특별법의 본질을 호도한다는 비판을 자초했을까. 그들은 정말 대한민국을 국가로 생각하는 것인지, 경제적 불평등에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같은 국민이라고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가족대책위는 △최후 한 명까지 최선의 수색구조 △철저한 진상조사 △참사와 피해자에 대한 완전한 기억과 치유 △국민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한 나라건설 등이 특별법의 주요내용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교황의 시복식 현장에는 장애인을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 가톨릭 신자 등 백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바로 그 자리, 광화문 광장은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와 불과 2000m밖에 안 떨어진 곳이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면 광화문 광장의 함성과 촛불을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바로 그 앞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외쳤고, 단식농성까지 벌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들었던 사람은 코앞의 청와대에서가 아니라 저 먼나라 바티칸에서 온 손님, 바로 원로 교황이었던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으로 우리 사회는 다시 한 번 평화와 화해, 생명의 소중함과 인류 보편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 계기가 됐으리라.

4월 16일로부터 120일이 지났지만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및 국회 모두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으면서도 실질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 약400만 명 이상이 서명을 했고, 국회와 광화문에서는 한 달 넘게 농성과 단식을 벌였다. 과연 국가란 무엇이고,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국회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스스로 존재이유를 부정하고 있는 그들을 향해 교황이 던진 이번 메시지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울림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