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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포은문화제, 용인을 대표하는 축제인가?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포은문화제, 용인을 대표하는 축제인가?
10월3일 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막을 내린 포은문화제는 2013년 제1회 대한민국 콘텐츠부문에서 대상을 받은바 있다. 이 상은 (사)한국축제콘텐츠협회와 스포츠서울이 공동 주최한 것으로 첫해에만 무려 20개의 지역축제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연이어 올해도 9개의 축제를 대상에 선정, 2년 만에 30여개의 지역축제가 콘텐츠부문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무릇, 상이라 함은 희소성 때문에 권위를 인정받는 법이다. 이 상을 수상한 지자체들은 자기 지역축제만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대상을 수상한 것처럼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결국 이 상은 주최 측과 해당 자치단체장이나 문화예술기관장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만들어낸 꼼수 마케팅의 전형이란 의혹의 시선을 거둘 수가 없다.

물론 포은문화제는 이 상의 권위 여부와 상관없이 용인지역에서는 대표적인 전통문화축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타 지역축제와 예산규모나 세부 콘텐츠 등을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포은 정몽주는 고려시대 충신이자 성리학의 대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런 충절과 정신문화를 용인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축제로 계승하자는 것이 포은문화제다. 용인문화원 주최로 올해가 12년째
였다. 주최 측은 이 행사를 위해 콘텐츠 공모사업 등 대중화 작업을 벌여왔다. 심지어 대규모 공연장 이름에까지 ‘포은’이란 이름을 넣어 아직도 논란이 일고 있다.

포은문화제는 추모선양을 시작으로 각종 경연대회와 전통문화 체험 등 3일간 이어진다. 주요 퍼포먼스는 포은 선생의 묘를 고향인 경상도로 이장하는 모습을 재현했다는 천장행렬이 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제례의 장중한 의식인 추모제례가 있다. 이밖에도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재현한 전국한시백일장은 비롯해 청소년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있다. 해마다 5월에 열렸으나 올해는 세월호 사건 때문에 불가피하게 10월에 열리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시와 문화원 관계자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자리매김한 포은문화제를 둘러싼 근본적인 재검토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핵심은 포은문화제의 형식과 내용에 앞서 포은 선생이 정말 용인을 대표할 만한 인물인가, 용인의 정체성과는 무슨 연관이 있느냐 등이다. 그의 정치사상과 성리학 부분에 대해서는 역사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충절을 상징한다는 단심가가 널리 알려져 있으나 문학성과는 거리가 멀다.

포은은 용인출생도 아니고, 용인에 살았던 적도 없다. 단지 정치적 희생자로 묘역이 용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3일씩이나 축제를 하면서 성역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그를 기리는 학계나 종중 차원에서 해도 무방한 일 아닌가.

그렇다면 국민시조 <권농가-동창이 밝았느냐>를 비롯해 뛰어난 문장을 남긴 약천 남구만 선생은 영의정까지 지냈으며, 유배를 거듭하면서도 용인에서만 40년 이상을 사시다가 돌아가셨다. 묘역과 별묘 등 향토문화유적이 있고, 자손들이 아직도 용인에 살고 있다. 올해도 용인지역 향토문학단체에서 6년째 작은 문학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한 묘역만 있는 문인들을 들춰보자면 홍길동의 저자 허균을 비롯해 육당 최남선, 박목월, 김영랑…최근엔 박완서에 이르기까지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심지어 종교계에서는 김수환추기경이 있고, 재계에서는 호암 이병철에 이르기까지…. 뿐만 아니라 15세에 용인으로 시집와서 최초의 태교 교본으로 알려진 ‘태교신기’를 쓰신 이사주당과 그의 아들 언문학자 유희 선생이야말로 용인의, 아니 대한민국의 훌륭한 문화콘텐츠 아닌가. 이밖에도 찾아보면 수많은 인사들이 있을 것이다. 부디 포은 선생 때문에 진짜 용인의 큰 인물들을 사장시키거나 지역의 정체성마저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