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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용인, 그 위대한 여정’ 사진전을 끝내며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김종경 용인이야기>


‘용인, 그 위대한 여정’ 사진전을 끝내며


용인시 승격을 한해 남겨두었던 1995년. 당시 용인신문사 전신인 성산신문사에서 <사진으로 보는 용인근대화 100년> 전을 한바 있다. 각계 행정기관을 비롯해 사회단체까지 창고와 서랍 속을 샅샅이 뒤졌다. 심지어 가정집 장롱 속 색 바랜 사진들까지 끌어 모았다. 모두에게 소중한 사진들이기에 슬라이드 필름 작업을 끝낸 후 반납하는 조건이었다.

덕분에 군민의 날 행사장이었던 용인공설운동장에서 수 백점의 사진을 선보일 수 있었다. 따가운 가을 햇볕 탓에, 아니 주최 측의 무지 때문에 액자 유리와 사진이 달라붙어 결국 못쓰게 됐지만, 5000여명의 군민들이 사진전을 보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 이후 화보집을 남겨놓겠다는 당초 취지에 따라 발간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상 첫 기획 의도대로 화보집을 만들지 못했다. 요즘처럼 컴퓨터 사용이 자유롭지 못했고, 전문 편집자도 없었다. 고작 디자인을 전공하던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위탁하다보니 사고도 많았다. 내용은 물론 책의 파본이 많아서 차마 세상에 내놓기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한 가닥 희망과 비빌 언덕은 슬라이드 필름이 남아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슬라이드 필름이 필요해서 찾았을 땐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 크게 절망하고 말았다.

그렇게 20년이 흘러갔다. 어느 날 불현 듯, 그나마도 그때의 화보집 작업이 없었다면 용인시민들은 과거로의 추억 여행조차 갈수 없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흑백 인쇄를 했던 낡은 파본들을 꺼내 디지털 혁명이 불러온 카메라에 초점을 맞췄다. 한 컷 한 컷마다 호흡이 멈춰졌고, 역사의 순간들을 되새겨가며 몇날 며칠 밤을 새워 작업했다.

기자가 그동안 찍었던 사진과 관공서와 기업 등에서 구한 사진들을 보탰다. 고지도부터 손으로 그린 지도까지 지역의 변화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지도도 추가했다. 결과적으로 <사진으로 보는 용인근대화 100년>에 용인 현대사 20년과 고지도를 합친 <증보판>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용인, 그 위대한 여정』이란 주제와 <포토&히스토리 ‘100년’>이란 부제를 달아 연말연시에 사진전을 했고, 이젠 화보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이번 사진전과 화보집을 통해 기자는 그동안 남몰래 가슴앓이를 했던 심각한 오류들을 20년 만에 바로잡을 수 있었다. 물론 아직도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자칫 내 고향 용인의 역사를 공유할 기록과 흔적들이 그때의 슬라이드 필름처럼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노파심과 조바심 때문에 부족한 결과물임에도 감히 세상 밖으로 내놓게 된 것이다. 세월이 흐른 후 또 다시 그 누군가가 이 지난한 작업을 이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말이다.

이번 전시회는 용인시청 1층 로비에서 열렸다. 정찬민 시장 취임 후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에 맞게 새롭게 단장된 로비는 역사 사진 전시장으로 훌륭했다. 덕분에 수 많은 관객들이 다녀갔다. 다른 지자체에서까지 깊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전에 이어 곧 발간되는 화보집에는 전시회에 내놓지 않았던 사진 100여장이 추가로 소개될 계획이다. 필자를 비롯해 용인신문사 임직원들이 힘겹게 준비한 이 작은 행동들이 훗날 용인의 역사 사료를 기록하고 보존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애써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