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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청와대의 문고리 권력과 인사(人事)-정찬민 시장,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인사를 해야-

김종경의 용인야이기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청와대의 문고리 권력과 인사(人事)
-정찬민 시장,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인사를 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초에 임명했던 7명의 장·차관급 인사들이 중도 사퇴한 것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청문회 과정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인사들의 도덕성도 문제였지만, 이 같은 인사를 반복 단행한 인사권자의 인사 원칙 부재와 빈곤한 인사 철학이 더 큰 문제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과거에 비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눈높이와 엄격한 인사청문회가 문제라는 식의 궁색한 변명은 차라리 하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들의 4대 필수과목이 있다면 병역,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이다. 물론 이젠 발 빠르게 사과만 잘하면 무사히 통과할 수도 있다. 이 정도의 도덕성 논란은 차라리 애교 수준이라는 뜻이다.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을 거쳐 내정된 고위 공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성접대 의혹, 무기중개상 로비스트, 전관예우, 역외탈세 등 중대한 도덕적 흠결은 물론 범죄혐의로까지 이어진다. 이런 혐의도 청와대 검증시스템보다는 언론이 밝힌 게 대부분이다.

설상가상 ‘정윤회 문건’이 터졌고, 십장시와 문고리 권력 논란이 정국을 강타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30%대 바닥을 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은 이 사태에 대해 먼저 ‘찌라시’라고 규정했고, 검찰은 수사결과를 통해 ‘해프닝’이었다고 일축했다. 결과적으로 ‘정윤회 문건’ 파동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였던 국민들조차 그간의 인사 참사와 정윤회 문건에서 보여준 십장시와 문고리 권력이 결코 무관치 않다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장에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실세 비서관 3인방에 대해 무한신뢰를 보냈다. 국민들은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절반 이상이 ‘잘못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논란은 결국 청와대 참모진들이 야기한 것이고, 문제의 참모진들을 임명한 인사권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조직이든 최대 관심사는 ‘인사’이기 마련이다. 용인시도 이제 크고 작은 인사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항간에는 근거 없는 ‘살생부’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실체여부를 떠나 살생부는 지방자치 실시 20년이 넘도록 비슷한 패턴으로 생산 유통되고 있다.

분명한 건, 누군가는 살생부 소문대로 요직에 발탁될 것이고, 누군가는 좌천될 것이다. 안개처럼 떠돌던 살생부가 증권가 찌라시처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물밑 작업을 주도했던 문고리 권력자들은 어느 새 더욱 곤고한 실세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직사회의 이전투구는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십장시 수준은 아니더라도, 문고리 권력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고, 발 빠른 공무원들은 실세와 인사권자 스타일에 맞추기 위해 온갖 아부를 다 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살생부는 누군가 고의로 흘린 인사 초안일지도 모른다는 의혹까지 받기 마련이다.

공직내외부에서는 정찬민 시장에 대한 시정운영 평가가 시작됐다. 물론 평가의 핵심은 공직인사에 대한 평점 부분이 바로미터다. 취임 초반 인사는 큰 무리가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다음 인사에 대해 벌써부터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 시장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부 측근이라 불리는 문고리(?) 권력 인사들을 빗댄 이야기로 추정된다. 아니면 다행이겠지만, 인사권자로서 절대 방심해서도 안 될 일이다.

정 시장은 공직내부 목소리 말고도 정무 능력을 겸비한 각계 인사들의 여론을 수렴, 100만 시대의 용인시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만 몇 그루의 나무가 아닌 큰 숲을 바라볼 수 있는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