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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전보인사 규정 무시하는 ‘소통과 공감’(?)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전보인사 규정 무시하는 ‘소통과 공감’(?)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인사발령이 나면 잡음이 무성하기 마련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 후임으로 이병기 국정원장을 낙점하자 인선에 대한 평가는 확연하게 엇갈렸다.

야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사상 유례 없는 잘못된 인사”라며 박 대통령의 회전문 인사스타일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여당도 겉으로는 환영한다고 했으나 국정원장직에 취임한지 7개월 만에 자리를 옮긴 것에 적잖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제 나머지 평가는 국민들의 몫이다.

박근혜 정권 출범이후 잇단 인사 참사에 대해 국민들은 ‘인사가 만사’라는 말로 아쉬움과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매번 “대한민국에 인재가 이렇게도 없단 말이냐”며, 인사 참사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다.

용인시 역시 민선 출범이후 현재까지 인사에 대해 불평 불만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승진 인사의 경우 상대성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경질성 좌천 인사에 대해서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승진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기에 불만이 있다 해도 수긍하는 편이다. 연공서열이 뒤바뀌는 경우까지 종종 있지만 당사자들을 빼고는 대부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최근 용인시청 사이트 내부게시판 ‘소통과 공감’에 이번 인사와 관련, “더 이상 기대할게 없다”라는 식의 비판의 글을
올렸다가 공감한다는 댓글이 와글와글 달라붙자 게시자 스스로 삭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예전엔 ‘울화통’이란 이름으로 운영됐던 이 게시판은 익명의 내부 소통공간이다. 홍승표 전부시장이 용인시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을 일갈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됐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과연 이 공간에서 정찬민 시장이나 정용배 부시장, 그리고 국장급 공무원들이 중·하위직 공무원들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여 소통하고 공감하는지 궁금하다.

이번 인사에 대해 공직 여론은 대체적으로 ‘원칙없는 인사’라는데 공감표가 모아지는 분위기다. 주요 보직 인사에서도 인사권자를 비롯한 실세 공무원들의 학연, 지연, 혈연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공직 내부의 중론이다. 인사 부서에서 아무리 부정한다한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형국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조직 구성원들의 면면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공직자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방공무원 임용령을 무시했다는데 있다. 시가 발령한 승진·전보·신규 대상자 254명 중 불과 4개월 만에, 혹은 1년도 안돼 전보 조치된 공무원 수만 무려 57명으로 확인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 부서에서 과장급과 팀장급 인사들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그야말로 기본원칙까지 무너진 인사도 있었다. 물론 임명권자인 시장이 하위직들까지 시시콜콜 인사지시를 했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 결국 이 같은 사태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누군가 임명권자의 인사권을 남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는 의미다.

시 인사 담당자들은 꼭 필요한 조치였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는 곧 시민을 위한 직무의 전문성과 연속성, 행정의 안정성 저해를 초래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너무 잦은 인사에 시민들은 물론 공직자들조차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에서 불과 3~4개월 만에 또 자리바꿈을 했다는 것은 결국 지난해 10월 정기인사가 잘못됐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번 인사를 통해 다음 번 인사가 그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용인시 공직사회가 ‘소통과 공감’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 진지하게 묻고 싶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