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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봉사의 기쁨-채찬호·조명자 부부

젊은 원장 부부의 마음 씀씀이 감동,동료의 권유로 방문, 이젠 우리 일상

   
▲ 채찬호 조명자 부부-야콘 밭에서 풀 뽑다가 부끄럽다며 다정히 맞잡은 손
봉사가 낯설었던 15년 전, 직장 동료의 권유를 받아 봉사를 체험한다는 목적으로 처인구 양지면 주북리에 위치한 장애인복지시설 한울장애인공동체를 방문했다.

당시 개설한지 1년 남짓했던 한울장애인공동체에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주거시설은 물론 간단한 물품 등 장애인들이 지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단지 원장 부부의 빛나는 열정만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채찬호씨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원장 부부의 열정을 보고 감명 받았다. 그때의 감명이 지금까지 봉사를 실천하는 계기가 됐고, 이젠 동료나 이웃에 봉사를 권유하기에 이르렀다.

하루는 부인인 조명자씨에게 어디 가는지 묻지 말고 가자는 대로 함께 가자고 권했고 도착한 장소는 한울장애인공동체였다. 차에서 내리자 시설의 원장 부부는 물론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부인 조명자씨에게 먼저 아는 척을 하며 반겼다. 부인은 이곳에서 이미 봉사를 실천하고 있었던 것.
조명자씨는 “어느 날 무조건 차에 타라며 함께 간 곳이 이미 1년 전 인연을 맺었던 곳”이라며 “포곡의용소방대 소속으로 이곳 말고도 다른 시설에서 봉사를 실천하고 있었기에 이곳은 오히려 내가 선배”라고 말했다.

이후 채찬호·조명자 부부는 항상 함께 다녔다. 생계를 위한 직장이 먼저기에 봉사시간을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으로 택했고 잠자는 시간에 누가 될까봐 조심조심 할 일을 찾아 처리하고는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할 일이란, 쌓인 쓰레기를 모아 재활용품을 종류별로 나누고 쓰레기봉투용은 쓰레기봉투에 담아 각자 가야할 자리로 보내주는 일과 씨를 뿌려 싹틔운 농작물을 잘 자라라고 관리하는 일, 제자리를 벗어난 시설 주위의 모든 것을 세심히 찾아 제자리로 옮겨놓는 일 등이다.

초등학교시절, 우연히 장애인과 숙식을 함께 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 도움을 필요로 했던 장애인의 기억을 떠올리며 작은 것도 소홀하지 못하고 세심하고 꼼꼼하게 살핀다.
공동체 안성준 원장은 “아침에 일어나 시설을 살피면서 어제와 다른 주위환경을 느꼈다”며 “처음엔 갸웃하며 궁금했지만 지금은 ‘아! 그분들이 오셔서 해결하고 가셨구나...’로 어느새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채찬호씨는 기술직 공무원으로 백암면사무소에 소속돼 있으며 개인적으로 약 3500㎡의 밭농사를 짓고 있다. 집(포곡읍 둔전리), 직장(백암면사무소), 밭(남사면 완장리)을 오가려면 한울공동체에 오는 시간은 새벽이거나 밤늦은 시간일 수밖에 없다.

직접 지은 밭농사에서 수확한 채소나 열매는 이웃의 어려움을 달랜다.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어려운 개인 장애시설, 경로당 등 싱싱한 채소부터 김장까지 이들 몫이다.

그는 장애인식 개선으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줄 것과 타인을 배려하는 사랑의 눈을 가져줄 것을 강조하며 받은 만큼 베푸는 안 원장의 성격에 감동해했다.
그는 “안 원장은 나눔을 제대로 아는 귀한 사람”이라며 “생각이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말했다.